‘국가 경쟁력’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견해가 있다.
첫째는 한 나라가 제공하는 투자 입지로서의 매력이다. 1989년부터 국가 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하는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택하는 관점으로, 경제적 성과·정부 효율성·기업 효율성·인프라 등 4가지 물적 요인에 따라 각 국가를 평가한다. 2022년 평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에 개방적인 말레이시아가 32등, 폐쇄적인 일본이 34등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27등이다.
둘째는 한 나라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힘과 생산성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1993년부터 보고서를 내고 있는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이 택하는 관점이다. WEF는 7가지 물적 요인과 1가지 인적 요인(노동) 등 총 8가지 요인으로 국가 경쟁력을 평가한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19년 보고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은 일본을 6등, 말레이시아를 27등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13등이다.
두 방식 모두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인적 요인을 경시한다는 한계가 있다. 경제 성장에 인적 요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전설적인 사례가 포항제철(현 포스코)이다. 1968년 세계은행 자문역으로 한국에 왔던 영국인 자페 박사는 철강 수요가 없는 한국이 종합 제철소를 짓는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우는 것과 같다는 보고서를 썼다. 결국 세계은행 투자를 받지 못한 한국 정부는 대일청구권 자금을 이용해 포철을 설립했다. 이후 포철은 한국의 자동차·조선·전자산업을 견인하면서 세계 최강의 철강 회사로 우뚝 섰다.
포철 창립 20주년인 1988년 재방한한 자페 박사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보고서를 똑같이 쓰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금 다시 보고서를 쓰라고 해도 똑같은 보고서를 쓸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르고 지나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박태준이다.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다. 박태준과 포철이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박태준이 상식을 초월하는 일을 해내는 바람에 나의 보고서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정책연구원(IPS)은 2000년부터 국가 경쟁력에 대한 자체 보고서를 내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국민 경제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정의하고, 4가지 물적 요인과 4가지 인적 요인, 기회 요인 등 총 9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그리고 국가 전략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하나는 풍부한 자원으로 낮은 원가 구조를 만드는 저원가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우수한 기술력으로 높은 품질과 브랜드 파워를 갖추는 차별화 전략이다.
지난달 27일 유엔훈련연구원(UNITAR) 본부에서 발표된 올해 보고서에서 중국은 저원가 전략과 차별화 전략에서 각각 4등, 19등으로 평가됐다. 미국은 반대로 12등, 6등이다. 중국은 저원가 전략이, 미국은 차별화 전략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저원가 전략에서 22등, 차별화 전략에서 15등으로 평가됐다.
이는 한국 정부에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강력한 리더십과 치밀한 전략으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근로자·정치인·행정관료·기업가들에게 첨단 기술을 교육하고 경제 주체로서 동기를 부여해 인적 요인을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 국가 경쟁력은 수동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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