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하고 논란이 된 책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일 것이다. 피케티는 여러 시대, 여러 국가들의 실증자료들을 조사한 후 자본수익률(r)이 언제나 경제성장률(g)보다 크다는 r>g 공식을 제시했다.
국민소득은 크게 자본수익과 노동수익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크다면 ‘자본수익률>경제성장률>노동수익률’의 관계가 성립한다. 즉 근로자의 소득 증가는 자본가의 소득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자본을 가진 사람이 근로자들보다 더 쉽게 부자가 되고 더 큰 부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날로 늘어나는 빈부 격차인데, 피케티는 자본가와 근로자들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실증연구로 보여주었다.
결국 자본가와 근로자 간 소득 격차를 줄이려면 자본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그래서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소위 부유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자본수익에 대해 세금을 늘려 자본수익률을 낮추면 빈부 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피케티는 전 세계에 부유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여기까지가 ‘21세기 자본’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사실 ‘21세기 자본’에는 하나의 공식이 더 있다. 피케티가 자본주의 제2 기본 법칙이라고 제시한 것이다. β=s/g다. 여기서 β는 소득 대비 자본 비율이고, s는 저축률, g는 경제성장률이다. 이 수식의 함의도 간단하다. 저축을 많이 할 때 자본이 증가하고 자본소득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식에서 경제성장률 g가 높아지면 β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즉,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노동소득의 비중은 증가한다. 노동수익률이 증가할수록 자본과 노동 간 격차가 감소해 소득 불평등이 완화된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자본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자본 소유자와 근로자들 사이의 불평등이 심화된다. 21세기 들어 빈부 격차가 커지는 것은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 있음을 제2 법칙은 시사한다.
결국 ‘21세기 자본’에 따르면 자본과 노동 간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본에 대해 부유세를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성장률을 더 높이는 것이다. 전자는 고소득자의 소득을 낮춤으로써 경제 격차를 줄이고, 후자는 저소득자의 소득을 높임으로써 경제 격차를 줄인다.
자본과 노동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유세를 부과하는 것과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빈부격차 해소 방안으로 부유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도 빈부 격차를 줄이는 주요한 방안이다.
WEEKLY BIZ Newsletter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