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가 내놓은 ‘Z세대가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특히 더 사랑하는 브랜드’ 10위 안에 틱톡(소셜미디어), 디스코드(메신저), 스포티파이(음원 스트리밍) 등과 함께 중국 기반의 패션 앱 하나가 이름을 올렸다. 초저가 패스트패션으로 유명한 쉬인(Shein)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쉬인은 지난 2분기 미국에서 680만번 다운로드돼 처음으로 아마존(630만번)을 제쳤다.

쉬인은 8달러짜리 티셔츠, 11달러짜리 비키니, 12달러짜리 원피스처럼 값싼 옷을 주로 판다. 제품을 디자인해 유통하는 데까지 10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중국 광저우의 저렴한 섬유 산업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데다, 각종 빅데이터를 분석해 잘 팔릴 법한 상품을 빠르게 찾아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쉬인은 단순한 판매 데이터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모니터링과 사용자 검색 기록 추적 등을 통해 인기 있는 스타일을 발 빠르게 찾아낸다”고 분석했다. 쉬인이 매달 내놓는 신상품은 1만여 개에 달한다.

Z세대가 즐기는 소셜미디어는 쉬인의 든든한 우군이다. 쉬인은 창업 초기부터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집중해왔다. 최근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옷·액세서리 등 여러 상품을 저렴한 금액에 구매해 자랑하는 ‘쉬인하울(sheinhaul)’ 영상도 유행하고 있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다양한 패션을 즐기며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하는 Z세대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덕분에 쉬인은 반(反)환경적 사업 모델, 디자인 베끼기 논란 등에 꾸준히 시달리면서도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0% 이상 증가한 160억달러어치 상품을 팔았다.

쉬인에서 파는 10달러 안팎의 원피스들. 쉬인은 빠른 생산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서구권 공략에 성공했다. /쉬인

쉬인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자 다른 중국 업체들도 쉬인의 전략을 모방하며 서구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는 지난 9월 미국에서 온라인 쇼핑 사이트 ‘테무(Temu)’를 열었다. 이곳에서 파는 원피스는 대부분 10달러 안팎. 핀둬둬는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시장을 양분하던 중국에서도 소득이 낮은 지역과 계층을 집중 공략해 점유율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쉬인과 달리 테무는 의류 외에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하고, 자체 브랜드가 아닌 여러 판매자 상품을 다룬다. 그래서 쉬인보다 테무가 아마존 생태계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테무는 현재 할인 쿠폰과 무료 배송 등을 내세워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틱톡으로 유명한 바이트댄스도 지난 9월 유럽에서 ‘이프유우(If Yooou)’라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열었다. 현재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이 쇼핑몰의 의류 가격은 대부분 5~30파운드, 액세서리 가격은 20파운드 이하로 쉬인과 비슷하다. 마케팅 업체 WPIC의 제이콥 쿡 CEO는 “바이트댄스가 축적해온 알고리즘 기술과 틱톡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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