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오면 통상 현장직과 생산직 같은 육체 노동 중심의 블루칼라 노동자가 먼저 타격을 입는다. 기업들이 가장 먼저 꺼내 드는 대책이 주로 생산량 감축이나 신규 투자 중단 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선 이번에 다가오는 경기 침체가 블루칼라보다 사무직·전문직 중심의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IT와 금융 업종은 이미 해고 칼바람이 거세다. 메타는 지난 9일 전체 직원의 13%에 달하는 1만1000명 정리 해고안을 발표했는데, 해고된 직원의 46%는 개발자와 엔지니어 등 기술 직군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인 1만명 감원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에 인수된 트위터는 최근 37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 밖에 온라인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1100명), 가상 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1100명), 전자상거래기업 쇼피파이(1000명), 넷플릭스(450명) 등 팬데믹 기간 주가가 급등하며 큰 성장을 보여줬던 많은 기업이 동시 다발적으로 인력 감축 중이다. 금융 중심지 월가에서도 시티그룹이 최소 50명을 해고했고, 바클레이스는 약 200명이 짐을 쌌다.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 해고 소식이 더 많이 들리는 이유는 팬데믹 기간 화이트칼라 산업 인력이 과잉 채용됐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집계한 2020년 2월부터 2022년 8월 사이 산업별 고용 변화를 살펴보면, 법률·회계·컴퓨터 시스템 등을 다루는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업 고용은 104만8000건 순증해 모든 산업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예를 들어 메타는 팬데믹 이후 지난 9월까지 4만2000명의 직원을 신규 고용했고, 아마존은 팬데믹 직전 79만8000명이던 직원이 작년 말 160만명으로 불어났다. 이렇게 유동성 파티에 취해 몸집을 불렸던 기업들이 뒤늦게 숙취에 시달리며 속을 게워내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임원회의에서 “성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으로 과잉 인력을 초래하는 등 회사의 실수로 대량 감원까지 이뤄진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이번 트위터 해고 사태를 두고 작년 11월까지 CEO였던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역시 “회사 규모를 너무 빨리 키웠다”며 “그 점에 대해 (해고된 직원들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반대로 비대면 사회 직격탄을 맞은 여가 및 접객업 같은 블루칼라 중심 산업은 같은 기간 순고용량이 121만5000건 줄어들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함께 일손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고용 시장은 여전히 호황이다. 지난 10월에도 미국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월 대비 26만1000개 증가해 예상치를 웃돌았다. 채용 전문 사이트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록 수석 경제학자는 “많은 생산직 산업이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근로자를 해고하긴 어렵다”며 “이번 경기 침체는 과거보다 사무직 근로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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