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살아가야 하나,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야 할까. 일반적인 사회도덕은 공공을 우선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반면 경제학과 경영학은 모두 각자의 이익을 추구할 때 사회 전체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이 개념이다. 따라서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실증적인 증거가 나온다면 경제학의 기본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연구로 독일 훔볼트 대학의 최후통첩 게임이 있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피실험자 A는 10만원을 받는다. 그리고 A는 다른 피실험자 B에게 자기 마음대로 돈을 나누어줄 수 있다. 이때 B가 A가 주는 돈을 받아들이면 A, B는 모두 그 돈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B가 거절하면 A, B 모두 한 푼도 못 받고 돌아간다. 이때 A는 B에게 어느 정도의 돈을 나누어주겠다고 제안할까?
A가 이기적이라면 돈의 대부분을 자기가 가지겠다고 제안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실험을 해보니 A 측에 있는 사람 중 절반 정도가 5대 5에 가까운 금액을 제안했다. 그리고 8대2 정도로 불공평하게 제안하면 B가 그 제안을 거절해서 둘 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결과가 많이 나왔다. 사람들은 그렇게 이기적이지 않으며 사회의 공정성을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실험은 경제학의 기본 전제인 인간의 이기심이 사실이 아니고 인간은 공공 이익을 중시한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그런데 이 실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후통첩 게임을 수정, 변형한 게임이 그 이후 계속 개발된다.
최후통첩 게임에서는 B가 A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거절할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그래서 A는 B의 반응을 고려해야 했다. 그런데 만약 A의 결정이 최종적이고 B에게는 아무 권한이 없다면 어떨까? 이때도 A는 5대5로 B와 나눌까? 이것이 독재자 게임이다. A가 결정을 하면 그대로 시행된다. 독재자 게임에서는 최후통첩 게임보다 돈을 나누는 비율이 훨씬 적어진다. A는 자신의 몫을 더 챙긴다.
이중맹검 독재자 게임도 있다. 앞의 실험에서는 1대1로 게임을 실행해서 A가 얼마나 나눠주기로 했는지 상대방과 연구진이 모두 안다. 이중맹검 독재자 게임에서는 여러 명이 팀으로 게임을 하면서 누가 얼마를 나눠주는지 알 수 없도록 했다. 그러자 A 측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돈을 나눠주지 않았다. 100% 모두 자기가 챙기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결국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나누어주는 것, 공정한 행동을 하는 건 정말로 공정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평판을 의식해서 하는 행동이다. 즉, 평판 효과를 중요시해서 공정하게 행동한다. 현실의 사람들은 완전히 이기적인 것도 아니고 공정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이기적으로도 행동하고 공정하게도 행동한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이기적인 사람들이 공정하게 행동할 수 있게 하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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