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서학개미인 직장인 이모(33)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지난 9월 3000만원을 미국 상장 원자재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해 50%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인데, 증권사로부터 연내 매도를 권고하는 이메일을 받아서다. 미국의 세법 개정 탓에 미국 원자재 ETF를 내년에 매도하면 매도 금액의 10%를 세금으로 원천징수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씨는 “손해를 보고 팔기 싫지만, 해를 넘겼다가는 세금으로 손해가 더 커질 수도 있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미국 연방국세청(IRS)이 미 증시에 상장된 원자재·부동산 관련 ETF를 보유한 비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매도 금액의 10%를 원천징수한다는 소식에 관련 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어느 정도 수익을 거뒀다면 세금을 피해 연내 매도하는 게 낫겠지만,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쉽사리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10% 원천징수가 적용되는 종목은 합자회사 형태의 ‘PTP(공개 거래 파트너십)’들이다.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내추럴 가스(종목명 BOIL),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숏텀퓨처스(UVXY),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크루드 오일(UCO) 등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원자재·부동산 관련 ETF들이 망라돼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총 1억6000만달러(약 2100억원)어치 보유 중이다.

국내 투자자 자금이 대거 묶여 있지만 증권사들과 금융 당국은 PTP 과세에 소극적 대안만을 내놓고 있다. 웬만하면 연내(오는 27일까지) ETF를 매도할 것을 권고하거나 PTP 종목에 대한 신규 매수 주문을 받지 않는 식으로 대응하는 수준이다. 세금 부담이 없으면서 원자재·부동산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대체 상품 소개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거주 외국인도 IRS에 과다 원천징수분 환급 신청을 하면 낸 세금의 상당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무작정 매도를 권하기보다 환급 절차를 안내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국내 투자자 A씨가 올해 UCO에 1억원을 투자했다가 내년에 8000만원에 매도하면 800만원(매도 금액의 10%)이 원천징수되지만, 환급을 신청하면 약 688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미 연방세법 제1446(a)조에 따르면 PTP에 투자한 외국인의 사업소득(ECI)에 37% 세율이 적용되는데, 올해 UCO의 배당수익률 등을 고려하면 A씨의 ECI는 303만원쯤 된다. 이 금액의 37%(약 112만원)가 결정세액이므로 나머지 688만원(800만원-112만원)이 환급액이 된다. 문제는 투자자 개개인이 영어로 각종 환급 신청 서류를 작성해 IRS에 우편으로 제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 연방세무사인 조정근 서경대 교수(경영학부)는 “매년 2~3월 PTP가 발표하는 사업실적 등을 토대로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자별 환급액을 계산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내국인의 불필요한 투자 손실이나 과도한 국외 세액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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