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둔 지난 10월 31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터무니 없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석유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로이터연합

작년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제 유가가 치솟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엑손모빌 등 미국 정유회사를 겨냥해 “엑손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었다” “석유기업들이 시추 허가를 받고도 시추에 나서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정유회사들이 휘발유 가격을 올려 서민의 고통을 가중하고 막대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른바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그런데 미국 정부도 석유를 사고팔아 40억달러(약 5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쿼츠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최고의 석유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비꼬았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미국 정부가 전쟁이나 수급 차질 등에 대비하기 위해 쟁여둔 ‘전략비축유(SRP)’와 관련 있다. 미국은 1973년 석유 위기를 겪은 이후 비상시에 대비해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州)에 접한 멕시코만 소금동굴 등지에 전략 비축유를 저장하고 있다. 최대 저장 용량은 미국인이 한 달 반쯤 사용할 수 있는 7억1400만배럴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많을 때는 7억배럴 이상, 적을 때도 6억배럴 안팎으로 전략비축유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작년 초 국제 원유 시장에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23달러까지 치솟자 미국 정부는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방출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치솟자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려는 목적도 있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작년 6월 전국 평균 갤런당 4.80달러로 정점을 찍었는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초 가격(2달러 초)보다 2달러 넘게 뛴 것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작년 4월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총 1억80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미국 정유사와 주요 산유국에 판매했다. 평균 방출 가격은 96.25달러로, 주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던 시기에 거래가 이뤄졌다. 대규모 전략비축유 방출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3달러대 초반으로 내려왔고, 국제 유가도 차츰 하락하며 지난달 초에는 71달러까지 낮아졌다. 대신 미국의 전략비축유 보유량은 약 3억7512만배럴(지난달 23일 기준)로 3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전략비축유를 다시 채우기로 했다. 당장 이달 중순 300만배럴을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차츰 그 양을 늘릴 예정이다. 시세를 감안하면 평균 96달러에 1억8000만배럴 상당의 석유를 팔았다가 60~70달러에 다시 사들이는 셈이다. 이 같은 거래로 미국 정부는 40억달러의 차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과감한 전략비축유 방출로 휘발유 가격 안정과 거액의 재정 수입이라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둔 셈이지만, 에너지 업계는 ‘전례 없는 시장 개입’이라며 못마땅한 기색이다. 컨설팅 기업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정부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적정한 수준의 전략비축유를 유지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상인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에 있는 전략비축유 저장시설. /AFP연합

WEEKLY BIZ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