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최고층 빌딩인 세일즈포스 타워. IT회사 세일즈포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사무실 면적 감축에 나섰다. /AFP 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최고층 빌딩인 61층짜리 세일즈포스 타워를 본사로 쓰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는 지난 4일 “전체 직원의 10%를 해고하고 사무실 공간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가 악화하자 직원 정리 해고와 함께 사무실 정리를 비용 감축 방안으로 내세운 것이다.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우리에겐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같은 수준의 부동산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본격적인 비용 감축에 나서면서 전 세계 곳곳에 빈 사무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문화까지 생겨난 터라 굳이 사무실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곳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그동안 의욕적으로 사무실을 확장해 온 빅테크 업체들이 몸집을 줄이면서 주요 테크 기업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 공실률은 작년 4분기 24.1%까지 치솟았다. 뉴욕·토론토·런던·더블린 등 글로벌 기업들 지사가 몰린 주요 도시 공실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컴패스는 8300㎡(약 2500평) 규모의 뉴욕 본사 사무실 일부를 전대(轉貸)하기 위해 임차인을 찾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3분기에만 1억5400만달러 손실을 입었을 만큼 실적이 나빠졌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는 한 달여 전 뉴욕 맨해튼 일부 사무실 계약 연장을 포기했고, 소셜미디어 업체 스냅은 작년 10월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문을 닫았다. 두 곳 모두 작년 하반기 대규모 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차량 호출 업체 리프트도 “많은 직원이 원격 근무를 선택하고 있어 활용하지 않는 사무실이 많아졌다”며 뉴욕·샌프란시스코·시애틀·내슈빌 지역의 사무실 일부를 전대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 4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8.2%로, 이전 고점이었던 2003년(17.6%)을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팬데믹 기간 대부분 기업의 사무실 수요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테크 기업은 공간을 계속 확장해왔다”며 “이들 기업의 철수가 오피스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빅테크 몸집 줄이기 여파는 미국을 넘어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캐나다에선 전자 상거래 업체 쇼피파이가 사무실 이전 계획을 취소하는 등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사무실 공실률이 작년 4분기 15.9%까지 올라갔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사무실 전대 가능 공간은 작년 4분기 17만8000㎡로 2년 전(9만2000㎡)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서울의 주요 도심권 사무실 공실률은 아직까진 낮은 편이다. 그러나 강남권 주요 임차인인 스타트업들 상황이 악화한 데다, 주요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대비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어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용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상무는 “작년 하반기부터 공실을 해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무리한 외형 확장으로 회사가 어려워져 갑자기 계약을 해지하거나 비용 절감 차원에서 더 저렴한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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