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기후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암울한 뉴스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가운데 최근 뜻밖의 낭보(朗報)가 날아들었다. 심각하게 훼손된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으며 수십 년 내 예전 수준을 되찾을 것이라는 유엔(UN)의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표면에서 11~50㎞ 떨어진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오존층이 얇아지고 구멍이 나면서 우려가 제기됐다. 에어컨이나 냉장고 냉매, 헤어스프레이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인 프레온가스가 그 주범으로 꼽혔다. 이에 국제사회는 1989년 프레온가스 사용을 금하는 ‘오존층 파괴 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하고, 2010년 이후 모든 국가에서 프레온가스의 생산 및 사용을 금지했다. 현재 프레온가스 사용은 의정서 채택 이전보다 99% 줄어든 상태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오존에 대처한 행동은 기후변화 행동의 좋은 선례”라며 “이 성공 사례는 우리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 [WEEKLY BIZ] [Cover Story] 지구 환경위기의 구세주 ‘기후 테크놀로지’

오존층 회복은 인간의 노력으로 기후변화의 경로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2050년 탄소 중립(Net zero)을 통해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인류는 국제사회의 협력과 각종 신기술을 통해 느리지만 확실히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이 ‘기후테크(climate tech)’다. 폐기물 재활용부터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심지어 인위적으로 태양 빛을 조절하는 태양지구공학까지 다양한 기후 기술이 연구·개발되고, 관련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그룹 PwC에 따르면, 2013년 4억2000만달러(약 5200억원) 수준이던 기후 기술 벤처 투자금은 지난 2019년 161억달러(약 20조원)로 6년 만에 37배나 폭증했고, 최근 1년간 투자액은 875억달러로 이전 1년 투자액의 3배가 넘는다. WEEKLY BIZ가 벼랑 끝에 몰린 지구를 살려 낼 기후테크들을 심층 분석했다.

◇1억달러 현상금 걸린 CCUS

현재 기후테크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산업 시설에서 배출되거나 대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다음 땅에 묻거나 친환경 연료, 드라이아이스 등 원료로 재활용하는 CCUS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CCUS 기술의 기여도를 총감축량의 18%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단일 기술로는 감축 기여도가 가장 높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CCUS를 “세상을 뒤흔들 혁신 기술”이라고 극찬하며 관련 기업에 투자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고의 탄소 포집 기술’에 상금 1억달러를 내걸었다. 이런 관심에 힘입어 전 세계 CCUS 관련 프로젝트는 2020년 89개에서 2021년 195개로 1년 사이 2.2배로 증가했다. 국내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따라 CCUS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탄소를 땅에 저장하는 기술(CCS)은 사실 1970년대부터 석유업계에서 폭넓게 활용돼 왔다. 정유사들은 발전소나 산업 시설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가져와 ‘원유 회수 증진(EOR)’이라는 공정에 사용한다. 땅속에 있는 원유를 끌어올릴수록 압력이 낮아져 채굴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때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층에 주입해 압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EOR은 원유 회수율을 최대 60%까지 높여주는 효과가 있고, 이 과정에서 쓰인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지하에 매장된다.

덕분에 CCS는 탄소를 줄이는 데 이미 적잖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1년 현재 전 세계에서 상업 운영 중인 CCS 프로젝트는 26개로, 연간 총 이산화탄소 처리 용량이 4000만톤에 이른다. 엑손모빌, 쉘, 셰브론 등 오일 메이저들이 전 세계 CCS 설비 보유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엔 산업 시설이 아닌 대기 중에서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전문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클라임웍스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외곽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수해 저장하는 공장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CCS도 몇 가지 단점이 있다. 탄소 포집에 에너지가 많이 들고 비싼 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고갈된 석유 및 가스전이 충분치 않은 점, CCS 저장소를 지으려면 막대한 면적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다. 이 때문에 포집한 탄소를 땅에 묻는 대신 재활용하는 기술(CCU)도 활발하게 개발 중이다. 건설 소재 및 고분자 화학제품 생산 등의 일부 기술은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최근에는 식음료, 패션, 친환경 연료 분야 등에서도 다양한 탄소 활용법이 개발되고 있다.

◇희토류 없는 모터, 폐섬유 재활용 기술도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환경오염을 줄이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기후테크 투자사인 인비저닝파트너스가 투자한 미국의 ‘서크’는 섬유 폐기물을 새로운 섬유로 재생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흔한 폴리에스테르·면 혼방 섬유를 각각의 온전한 원료로 분리할 수 있다. 섬유 폐기물은 염료 제거가 어렵고 소재 혼용이 많아 고품질 원료로 분리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서크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싱가포르 기업 ‘그린라이언’은 다 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2차 전지의 ‘양극활물질’로 바로 재사용 가능한 물질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전체의 95%가 폐기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활용도를 높여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마존이 2020년 20억달러(약 2조4800억원)를 투입해 조성한 ‘기후 서약 펀드’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은 기업들도 차세대 기후테크 기업으로 주목받는다. 전기모터 스타트업 ‘턴타이드 테크놀로지스’, 배터리·전자 폐기물 재활용 회사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콘크리트 제조사 ‘카본큐어’ 등이 대표적이다. 턴타이드는 환경 파괴가 심각한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전기 모터를 만드는 곳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전기 모터를 모두 턴타이드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아마존 열대림 7곳이 새로 생기는 환경 보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테슬라의 공동 설립자인 스트라우벨이 2017년 설립한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는 현재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공동 운영하는 미국 네바다 배터리 공장을 포함해 여러 배터리 공장에서 리튬·코발트·구리·알루미늄 등의 재료를 재활용하고 있다. 카본큐어는 콘크리트 제조 시 액상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공법을 쓴다. 이 기술은 카본큐어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밖에 이산화탄소 등을 제로 탄소 연료로 변환하는 전기 연료 설루션 업체 ‘인피니엄’, 수소 전기 항공 설루션 개발 회사 ‘제로에비아’ 등도 유망한 기후테크 기업으로 꼽힌다. 인도 스타트업 ‘이온에너지’도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과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로 2021년 7월 아마존 등에서 360만달러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태양 빛 조절해 지구 온도 낮춘다

심지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일부 반사시켜 지구를 덜 뜨겁게 만드는 기술도 논의되고 있다. 이른바 ‘태양지구공학’이다. 아직은 이론 또는 실험실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실현될 경우 기후 위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현재 태양 빛의 양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지구를 식히는 방법으로 연구되는 것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바닷물을 이용해 해염(海鹽)이 포함된 인공구름을 만드는 방식(MCB· Marine Cloud Brightening)이다. 구름 표백으로도 불리는 이 방법은 바닷물의 소금 결정이 구름의 반사율을 높여 얼음에 비치는 햇빛의 양을 줄이고, 이를 통해 얼음 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배 여러 척을 북극해로 보내 아주 미세한 염수 물방울을 하늘에 분사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둘째는 권운(새털구름)을 옅게 만들어 지구 표면에 갇힌 열이 빠져나가기 쉽게 만드는 CCT(Cirrus Cloud Thinning) 방식이다. 얇은 베일처럼 하늘을 뒤덮는 권층운은 적외선을 대량으로 흡수해 지구 온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권층운을 얇게 만들거나 제거해 열을 가두는 능력을 떨어뜨리자는 아이디어다. 얼핏 공상과학소설 속 몽상처럼 들리지만, 지난 2021년 전미과학아카데미·공학아카데미·의학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채택한 태양광 반사 기술에 MCB와 함께 포함됐다.

셋째는 우주 공간에 반사판 등의 보호막을 배치해 태양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이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MIT 연구팀은 브라질 국토 면적(851만6000㎢)만 한 용융 실리콘 소재 초대형 박막(薄膜)에 거품을 넣어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우주 공간에 띄운 뒤 태양 빛을 차단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뜨거운 논란 부른 에어로졸 분사 기술

태양지구공학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술은 지상에서 약 20km 떨어진 대기 성층권에 탄산칼슘 같은 에어로졸(공기 중 떠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을 분사해 태양빛의 반사율을 높이는 방법(SAI·Stratospheric Aerosol Injection)이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화산에서 분출된 아황산가스 2000만t이 성층권에 올라가 햇빛을 약 2.5% 반사했고, 그 영향으로 2~3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는 0.5도 떨어졌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 박사도 2006년 “성층권에 황화수소·아황산가스 형태의 미세 입자를 150만t가량 살포하면 산업혁명 이후 온난화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SAI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에어로졸 분사 지점으로 성층권이 거론되는 것은 물질의 대류 운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공간이어서 상태가 매우 안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상적 에어로졸 살포 지점으로 적도 남위·북위 10도 상공을 꼽는다. 이곳에 에어로졸을 뿌리면 대기가 극지방으로 순환하며 전 지구에 적당한 양이 분포된다. 성층권에 뿌려진 에어로졸은 2년 정도만 잔류하기 때문에 양을 조절하거나 통제하기도 용이하다. SAI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스코펙스(SCoPEx)’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빌 게이츠도 스코펙스에 2000만달러(약 25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스코펙스는 분필 가루의 주성분으로 빛을 잘 반사하는 특성을 지닌 탄산칼슘 가루가 담긴 초대형 풍선을 성층권까지 띄워 스프레이를 분사하듯이 공중에 뿌리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SAI는 작은 위험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가장 강력한 기후테크로 꼽히지만, 동시에 가장 논쟁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지구공학자들은 수퍼컴퓨터를 통해 지구와 일치하는 환경 조건의 기후 모델을 만들어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기에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학계와 환경 단체는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빛의 양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생태계 전반에 예상치 못한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포이베 자네츠케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SAI로 지구의 습도와 강우, 폭풍 양상과 공기의 질, 오존 수치, 직사광 대비 산란광 비율 등 다양한 환경 요소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러한 요소들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해 지구화학적 과정과 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성급하게 활용하기보다는 다른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설령 태양 빛을 조절할 수 있다 해도 지구의 건강을 회복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전의찬 교수는 “SAI 연구는 이어나가되 SAI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겨 친환경 고삐를 늦추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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