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정치학자 제프리 개릿은 세계 각국의 경제 발전 역사를 조망하면서 소득 수준에 따라 성장률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가난한 개도국들은 성장률이 굉장히 높았고, 부유한 선진국들도 일정 수준 이상 성장을 계속했다. 문제는 중간 소득 국가들이었다. 성장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해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계속 중진국으로 남아 있는 현상이 관찰됐다. 1960년대 중진국이었던 100여 국가 중 2000년대까지 선진국이 된 경우는 13국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중진국 함정이란 용어가 만들어졌다. 저개발국가들이 중진국까지는 용이하게 성장하지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계속 중진국 수준에 머무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은 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예외적인 경우이다. 한국 사람들은 저개발국가였던 한국이 선진국이 된 데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960년대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 국가가 된 것은 경제학에서 볼 때 기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외적이다.

그러면 어떤 국가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반면 어떤 국가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가? 최근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는 중요 요소로 논의되는 것은 인적 자본이다. 특히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인구 비율이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본다.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한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 높은 교육열은 한국을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든 원동력으로 꼽힌다. /뉴스1

가난한 국가에서 중진국으로 올라서는 과정은 대개 비슷하다. 농사가 주요 산업이다가 공장이 들어서고 공산품을 생산한다. 그동안 대부분 농민이었던 사람들이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한다. 이때 일은 대부분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 노동이다.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아도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식의 공장 노동 생산이 증가하면서 중진국이 된다.

그런데 선진국이 되려면 단순 노동으로는 안 된다.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등 창의적인 업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업무를 하려면 최소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인적 자원층이 필요하다. 국민의 70% 이상이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나라는 모두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인구가 50% 이하인 나라 중에는 중진국 함정을 벗어난 국가가 없다. 결국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인구 비율이 중진국 함정 탈출 가능성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로 꼽힌다.

중진국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스스로는 당연히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중국 노동 인구 중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인구는 30% 정도다. 최근 고등학교 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대학 졸업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사람 중 고등학교 이상 교육받은 비율은 상당히 낮다. 이런 인적 자본으로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난 국가는 없었다. 만약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난다면 인적 자본 이론에서 상당히 예외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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