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 좋아 주식시장이 나쁠 거란 전문가 예상을 뒤엎고 1월 국내 증시는 달아올랐다. 특히 로봇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AI 기업 코난테크놀로지는 각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점찍었다”는 소문을 타며 주가가 훨훨 날았다. 전형적인 헤일로 효과(Halo Effect·후광 효과)다.
헤일로 효과는 사람이나 사물을 평가할 때 일부를 보고 전부를 평가하는 인간의 편향된 심리를 말한다. 안경 쓴 사람은 공부를 잘할 것 같다거나, 포장지가 고급스러우면 내용물도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러한 예다. 기업들이 비싼 돈을 들여 평판 좋은 스타를 광고 모델로 쓰는 이유도 헤일로 효과 때문이다. 아디다스를 제치고 마이클 조던을 광고 모델로 붙잡아 폭발적인 제품 판매와 주가 상승을 얻은 나이키는 헤일로 효과가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투자에서도 헤일로 효과는 빈번하게 나타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필 로젠츠바이크 교수가 이 분야 연구로 유명하다. 그는 내부적으로 변한 게 없더라도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치솟으면 사람들은 뛰어난 전략과 비전 있는 리더, 유능한 직원, 탁월한 문화를 갖춘 기업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예 기업 내부 사정에는 관심 갖지 않고 주식시장에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의 말만 믿고 맹목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유명 경제학자조차 투자에서 성공한 경우는 손에 꼽힌다. 현대 경제학의 대가 존 케인즈는 시장 심리나 가격 변동을 예측하는 행동을 투기로 봤다. 시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시경제 지식을 기초로 투자 시점을 정하고 경기 순환을 예측해 외환과 주식에 투자했는데, 결과는 두 번의 파산이었다. 이 쓰라린 경험 뒤 그는 “주식을 고르는 것은 미인 대회와 같아서 여러분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고르는 곳”이라는 말을 남겼다.
비슷한 맥락에서 가치 투자의 대가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가치를 재는 저울이 아니라 투표 계산기”라고 했다. 테마나 유명인의 후광을 등에 업고 단기적으로 주가가 뛴다고 해서 이게 곧 좋은 회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등에 업고 제약·바이오 섹터가 테마주를 형성했을 때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한 해에만 17배 올랐지만, 지금은 온갖 구설에 휘말리며 10분의 1 토막이 났다. 지금도 단지 주가가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유명인 누가 추천했다더라” “정치인 누구 테마주라더라”는 말만 듣고 덥석 투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워런 버핏은 주주총회에서 종목을 하나 찍어달라는 어느 소녀의 요청에 이렇게 대답했다. “남이 찍어준 주식으로 쉽게 돈 벌 생각 말고 자신이 최고가 되세요.” 남 말 맹신 말고 나름 원칙을 지켜야 투자에서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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