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외신에서 한국 사람들의 씀씀이에 놀라는 기사가 종종 나옵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1인당 명품 소비 1위 국가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168억달러(약 21조원)를 명품 옷과 가방 등에 써 전년 대비 24% 늘었다고 합니다. 외신들은 한국 명품 소비 열풍의 원인으로 자산 가격 상승, 한류 등과 더불어 돈을 최고로 치는 문화, 소셜미디어를 통한 과시욕 경쟁 등을 꼽습니다.
고가 자동차 회사들도 한국인들의 구매력에 놀라는 중입니다. 지난해 118년 역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달성한 영국 롤스로이스는 호황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 판매량 급증을 꼽았습니다. 대당 5억원이 훌쩍 넘는 롤스로이스가 지난해 한국에서 234대 팔렸습니다. 전년보다 37% 증가한 실적입니다. 240대가 팔린 일본을 거의 따라잡았습니다. 벤츠,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은 이미 한국 판매량이 일본을 앞질렀습니다. 두 나라 인구가 두 배 넘게 차이 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경이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요즘 한국과 일본의 백화점 업계 풍경도 사뭇 대조적입니다. 한국 백화점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축포를 울리고 있지만, 일본 백화점들은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는 중입니다. 지난 연말에도 도쿄의 중심가 시부야와 신주쿠를 대표하는 도큐백화점 본점과 오다큐백화점이 나란히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는 증거이지만, 아쉽게도 정신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듯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은 33국 중 32위에 그칩니다. 유엔 산하 자문 기구가 발표하는 행복도 조사에서도 한국은 꼴찌 수준입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 다룬 대로, 삶의 질과 직결되는 수면 만족도에서도 한국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잘나가는 수학 강사 최치열은 펜트하우스에 살고 옷장에는 명품 옷과 신발이 가득하지만, 스트레스와 강박 때문에 불면증과 섭식 장애에 시달리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이 이 수학 강사와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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