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미래 세대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최근 화두다. 원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한다. 물론 시장경제에서도 고객 만족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고객 만족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고객 만족을 통해서 이익을 더 높이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반면 ESG 경영은 주주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도 봉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SG 경영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 2021년 발생했다. 프랑스 최대 식품 기업인 다논(Danone)그룹 CEO였던 에마뉘엘 파베르 회장이 해임된 사건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에비앙 생수가 바로 이 다논 그룹 제품이다. 2014년부터 다논 그룹을 이끌어온 파베르 회장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을 선도했다. 회사 전체에 탄소 저감 체제를 도입하고 탄소 비용을 고려한 탄소조정 주당순이익제도 시행했다.
그런 파베르 회장은 2021년 3월 다논그룹에서 해임된다. 매출 부진과 주가 하락 때문이었다. 다논은 2020년 매출이 10% 감소하고 주가는 30% 하락했다. 2020년 후반기 다른 회사들은 코로나 위기에서 주가가 회복했지만, 다논의 주식은 반등하지 못하고 계속 하락했다. 2020년 6월 파베르 회장이 “앞으로 기업의 이윤이 아닌 기업의 사회적 미션을 중시하겠다”는 경영 방침을 발표한 영향이 컸다. ESG 진영에서는 찬사를 보냈지만 결국 파베르 회장은 주주들의 반발에 의해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 사건은 ESG 경영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주주 이익의 충돌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환경을 중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 경영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꼭 필요한 일이고, 명분도 훌륭하다. 그런데 주주들은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회사에 돈을 넣지는 않았다. 주주가 기업에 돈을 준 이유는 매출, 이익을 높여 주가를 올리거나 더 많은 배당을 줄 것을 기대해서다. 환경, 사회적 책임이 목적이라면 환경 단체나 시민 단체에 돈을 주었을 것이다. 최소한 주주와 투자자는 기업이 열심히 이익을 내겠다고 해서 기업에 돈을 준 것이다. 그 돈으로 사회 봉사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익을 더 내겠다고 돈을 받아가서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일만 하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는 직무유기다.
ESG 경영의 전도사였던 파베르 회장의 해임은 ESG의 미래에 대한 강력한 시사점을 주었다. ESG는 주주 이익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더 중시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주주의 이익은 보장되어야 한다. 주주의 이익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상호 조화를 이룰 때 ESG 경영이 가능한 것이지, 주주의 이익이 완전히 무시될 때는 ESG 경영도 불가능하다. 주주와 이해관계자들 간 가치 충돌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ESG 경영의 앞날이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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