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푸드테크(첨단 식품 기술) 기업 ‘업사이드 푸드’는 올해 미국 식당들에서 배양육으로 만든 요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업체가 만든 배양육 닭고기 제품이 작년 11월 미 식품의약국(FDA) 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FDA는 “우리 목표는 안전한 식품 생산을 우선순위로 유지하는 동시에 식품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현재 해산물을 포함해 다양한 배양 식품 업체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아직 미 농무부(USDA)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가장 큰 장애물을 넘은 만큼 상용화를 낙관하고 있다.

미국 푸드테크 기업 업사이드푸드의 배양육 닭고기로 만든 샐러드. /업사이드푸드

배양육은 살아 있는 동물에서 세포를 채취한 후 배양액을 이용해 키워내는 제품으로 흔히 ‘실험실 고기’로 불린다. 콩·버섯 같은 식물성 재료로 고기의 맛과 질감을 흉내 낸 식물성 대체육과 달리 생산 과정의 차이만 있을 뿐 실제 고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싱가포르가 지난 2020년 또 다른 업체 잇저스트의 닭고기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적이 있긴 하지만,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배양육을 개발 중인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100곳이 넘는다. 이스라엘 기반 업체 빌리버미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만8600㎡(약 5600평) 규모 공장을 짓기로 하고 작년 말 착공식을 열기도 했다. 회사 측은 “새로운 미국 생산 센터를 통해 배양육 상용화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다“며 “완공 후엔 연간 1만톤 이상의 배양육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생산 센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푸드테크 기업 잇저스트가 생산한 배양육 닭고기. /잇저스트

국내 식품 기업들도 배양육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배양육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알레프팜 등에 투자한 데 이어, 작년부터는 배양 배지를 만드는 국내 업체 케이셀 바이오사이언스와 협업하고 있다. 대상은 배양 배지 기업 엑셀세라퓨틱스, 배양육 업체 스페이스에프 등에 투자했고, 풀무원 역시 최근 배양육 개발 기업인 심플플래닛과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식물성 대체육에 세포 배양육 소재를 섞은 제품을 개발해 2025년까지 상품화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식품 원료 인정 대상을 세포 배양 등 신기술을 적용해 얻은 것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배양육 시장이 성장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먼저 비싼 가격이 문제다. 단가를 낮추려면 대량생산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선 대규모 설비를 갖춰야 한다. 잇저스트의 조시 테트릭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통신에 “(배양육을 키우는 데 쓰는) 생물반응기 규모가 20만리터 이상은 돼야 경제성이 있다고 보지만 현재 소규모 생산 시설 하나를 만드는데도 수천만달러가 든다”고 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없앨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작년 UCLA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채식주의자의 55%와 비채식주의자의 35%가 배양육 시식에 혐오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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