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을 공식 탈퇴한 지난 2020년 1월 31일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한 시민이 런던 의회 앞 광장에서 기쁨을 나타내고 있다. /로이터연합

이번주 커버스토리에서는 브렉시트로 고통받고 있는 영국 상황을 다뤘습니다. 영국인들은 유럽연합(EU)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면 찬란했던 대영제국의 영광을 되찾으리라 기대했지만, 실제 돌아온 건 고물가와 불황뿐입니다.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는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의 흥망을 가르는 것은 지리적 조건이나 문화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같은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라는 자기 파괴적 결정을 내린 과정을 되짚어 보면, 민주주의가 극단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선동에 얼마나 취약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애초 브렉시트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대표 같은 한 줌 극단주의자들의 주장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남유럽 재정 위기와 시리아 난민 사태 등을 거치며 “이민자들 때문에 의료보험 재정이 바닥난다” 같은 선동이 대중적으로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러자 표에 눈이 먼 기성 정치권이 가세했고, 결국 브렉시트안을 2016년 국민투표에 부쳐 52% 찬성을 얻었습니다. EU 탈퇴가 결정된 날 영국인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문장은 “EU를 떠난다는 게 무슨 뜻이야”와 “EU가 뭐야”였다고 하죠.

이후 탈퇴 방법을 놓고 극심한 혼란을 빚은 끝에 2020년 1월 영국은 마침내 EU를 떠났습니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패라지의 두 자녀는 독일 시민권을 얻음으로써 이 난장판에 걸맞은 결말을 선사했습니다.

스티븐 래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국가의 운명이 국민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은 틀렸다”며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극단주의자나 선동가가 대중의 인기를 얻었을 때 그들을 고립시키고 무력화하는 것은 정치 엘리트 집단인 정당의 역할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것도 정당이 민주주의의 문지기 역할을 못 하고 오히려 선동가들이 가진 대중적 인기에 현혹돼 결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민주주의 본산이라는 영국에서 정치의 실패가 빚어낸 비극을 또 한 편 보면서 과연 우리 민주주의는 안전할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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