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싱글들에게는 세금을 더 매겨야 한다. 그들만 더 행복하면 불공평하잖아.” 19세기 아일랜드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다. 결혼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와일드 특유의 냉소적 농담이지만, 실제로 동서고금의 많은 국가가 독신자에게 불리한 정책들을 크게 세 갈래로 실시해 왔다. 독신자들이 더 행복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더 많이 낳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첫째,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징벌적 독신세를 매기는 경우다. 고대 그리스는 병력 유지를 위해 남성이 결혼 적령기를 넘기면 독신세를 부과하고, 30세가 넘으면 선거권마저 박탈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미혼 남녀에게 독신세를 거뒀고, 여성은 셋째를 낳은 후에야 납세 의무를 면제해 줬다. 무솔리니의 이탈리아와 히틀러의 독일, 냉전 시대 소련·폴란드·루마니아 같은 공산국가에도 독신세가 있었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합계 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내려가자 낙태를 금지시켰을 뿐 아니라 피임을 반역죄로 처벌하기까지 했다.

둘째, 자녀 유무나 숫자에 따라 세금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프랑스는 1946년부터 가족 합산 소득을 가족 구성원 숫자로 나눠 소득세 과세표준을 정한다. 자녀가 많을수록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최근 일본도 프랑스식 세제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 중이다. 미국이나 독일도 독신 가구와 비교해 다자녀 가구에 세금 혜택을 많이 준다. 독일에서 독신가구는 소득의 48.1%를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료로 낸다. 반면 두 자녀를 둔 외벌이 가구는 32.7%만 낸다. 사실상 소극적인 의미의 독신세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출산 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해 독신에게 없는 혜택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0세 자녀를 둔 부모에게 월 100만원을 지급한다. 일본 도쿄도는 지난달 18세 이하 자녀에게 월 5000엔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남녀 모두가 병역 의무를 지는 이스라엘은 여성이 임신한 경우 병역을 면제해 준다.

많은 나라가 결혼과 다산(多産) 장려책을 시행하는 까닭은 단순하다. 인구가 줄어들면 국력이 쇠퇴하고, 국민 없이는 국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 경제학의 대가 게리 베커는 결혼했을 때 편익이 비용보다 커야 사람들이 혼인을 한다고 봤다. 독신세와 각종 출산 장려책은 미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혼의 편익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려는 정부 나름의 고육책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 독신세를 부과하거나 돈 몇 푼 더 준다고 해서 곧바로 인구 증가라는 열매를 맺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독신자들의 반발도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경제적 차등을 주는 방식 대신 비경제적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 예를 들면 이민 문호를 넓히거나 동거 가구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해 가족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사상 유례 없는 0.78명 수준으로 추락했다. 단순히 돈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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