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에 있는 골드만삭스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09년 미국 잡지 ‘롤링스톤’이 골드만삭스를 가리켜 ‘돈 냄새가 나면 어디든 빨판을 들이대는 거대한 흡혈 오징어’라고 했다. 탐욕스러운 투기 자본이라는 비판이지만, 돈 버는 재주 하나는 인정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는 표현이었다.

그런 골드만삭스가 요즘 망신살이 뻗쳤다. 작년 4분기에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월가를 대표하는 엘리트 투자은행으로서 굴욕을 맛봤다.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작년 4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66% 줄어든 13억2600만달러였다. 경쟁 관계인 모건스탠리 순이익이 22억3600만달러였다는 점에서 뼈아픈 판정패를 당했다.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더 처참하다. 골드만삭스의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3.32달러로 월가 전망치(5.48달러)를 크게 밑돌았을 뿐 아니라 2021년 4분기(10.81달러)의 3분의 1 이하로 급전직하했다. 4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도 4.4%로 전년 동기(15.6%)와 비교해 큰 폭으로 추락했다.

작년 연간 실적으로 보더라도 순이익(-48%), EPS(-49%), ROE(-12.8%포인트) 등 대부분 지표가 2021년에 비해 급격히 꺾였다. 지난달 이런 충격적인 실적을 발표하며 골드만삭스는 전체 직원의 6.5%에 해당하는 3200명을 내보냈다.

골드만삭스 실적 변화

고금리와 불황으로 M&A(인수합병)와 IPO(기업 공개) 업황이 나빴다고는 하지만, 그건 다른 투자은행도 마찬가지다. 유독 골드만삭스가 더 많이 흔들린 이유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소매금융 사업에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갔다가 혹독한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2018년 취임한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전임자 로이드 블랭크파인의 뜻을 이어받아 가계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2019년 애플과 손잡고 ‘애플카드’를 출시해 신용카드 사업을 확대했고, 2021년에는 대부 전문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에는 가계 대출의 위험 관리 노하우가 쌓여 있지 않았다. 대출 고객의 소득이나 신용도별로 연체 가능성을 면밀하게 분석할 능력이 부족했다. 지난해 빠른 속도로 시중 금리가 오르는 과정에서 골드만삭스에는 부실 대출이 급격히 쌓였다. 카드론 연체율은 3%에 육박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결국 무리한 소매금융 드라이브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골드만삭스는 대손충당금을 2021년 3억5700만달러 쌓았는데, 지난해에는 7.6배에 달하는 27억1500만달러를 적립해야 했다. 순이익이 기록적으로 감소한 결정적인 이유다. 솔로몬 CEO는 지난달 ‘마커스’라는 자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개인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우리는 (소매 금융에) 필요한 재능을 갖고 있지 못했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회사가 휘청거리자 솔로몬이 취미 생활인 댄스음악 DJ(디스크자키)를 즐기며 본업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매섭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솔로몬은 지난해 연봉이 2500만달러로 전년(3500만달러)보다 29% 깎여 ‘월가 최고 연봉’ 타이틀을 빼앗겼다. 작년 월가 ‘연봉 킹’은 3450만달러를 받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였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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