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이미지 생성 AI ‘달리(DALL-E)′ 등 생성형 AI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면서 저작권 관련 분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글이나 이미지, 오디오 같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AI를 말한다.
올해 초 사라 안데르센 등 그림 작가 3명은 영국의 AI 스타트업 ‘스테빌리티 AI’ 등 이미지 생성 AI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스테빌리티 AI는 특정 문장만 입력하면 이와 관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스테이블 디퓨전’이라는 AI를 개발한 업체다. 이들 업체가 원작자인 예술가들의 동의 없이 온라인에서 약 50억개 이미지를 스크랩해 ‘스테이블 디퓨전’에 학습시켰고, 이로 인해 예술가 수백만 명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게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이미지 판매 사이트인 게티이미지도 지난 3일 스테빌리티 AI를 상대로 최대 1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델라웨어지방법원에 냈다. 게티이미지가 30여 년 동안 쌓아온 이미지 1200만개 이상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다.
앞서 작년 11월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매슈 버터릭 변호사 등이 AI 프로그래밍 도구인 ‘코파일럿’ 제작 또는 운영에 참여한 회사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당한 업체 가운데는 코딩 오픈소스(무상공개) 플랫폼 ‘깃허브’와 깃허브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 MS의 투자를 받은 ‘오픈AI’ 등이 포함돼 있다. 소송을 낸 사람들은 ‘깃허브’에 올린 코드를 이들 업체가 무상으로 가져가 AI를 학습시키는 데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매체 복스는 “특정 기술에 대한 붐이 일어나면 광고와 돈 전쟁이 발발하고, 소송전이 뒤따른다. 생성형 AI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 같은 소송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경우 제3자의 저작물 활용에 다소 관대한 편이다. 미국은 ‘공정 사용(fair use)’ 원칙을 적용해 변형이나 표현의 자유 등을 위해서는 저작권이 있는 자료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과거 구글이 도서 검색 엔진 구축을 위해 작가의 허락 없이 수백만 권의 도서를 스캔했을 때도 법원은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일리아나 토레스 변호사는 IT 매체 테크크런치에 “AI가 만들어내는 작품이 훈련한 이미지와 정확히 같지는 않기 때문에 집단 소송을 낸 사람들의 주장은 법정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유럽은 미국보다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크크런치는 “독일이나 영국은 작품을 인용하거나 다른 사람과 비슷한 스타일로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허용하지만,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예술적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럽은 재량권이 적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AI 저작권 관련 소송이 제기된 적이 없지만, 저작권자에게 승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법률사무소 ‘세로’ 장철영 변호사는 “법원이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는 추세라 화가나 작가가 AI가 자신의 작품을 무단 사용했다고 소송을 낼 경우 법원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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