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한 응시자가 기능시험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박모(27)씨는 최근 차를 사려다 마음을 바꿔 중고 전기 자전거를 150만원에 구입했다. 박씨는 “세금, 보험료, 기름값 등 연간 수백만 원이나 되는 차량 유지비를 생각하면 부담이 컸다”며 “전기 자전거는 별다른 유지비가 들지 않고, 교통비를 아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자동차 운전을 기피하는 ‘안티 드라이빙’ 문화가 각국에 확산하고 있다. 인구 밀도가 낮고, 생활권이 넓어 10대 때부터 운전대를 잡는 일이 많은 미국에선 2000년대 들어 10대 운전자 비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미국 연방고속도로관리국(FHA)에 따르면 18세 미국인 중 운전 면허를 딴 비율이 1983년에는 80%에 달했으나 2018년엔 61%까지 떨어졌다. 20대도 상황이 비슷하다. 1997년 미국에선 20~25세의 90%가 운전 면허를 갖고 있었는데, 2020년엔 80%로 떨어졌다.

유럽 역시 젊은 운전자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에서 운전할 수 있는 10대 비율은 지난 20년간 41%에서 21%로 감소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대 운전 면허 응시율도 2010년 13.3%에서 지난해 10.8%로 감소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인터넷 보급 확산과 저성장이 주로 거론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어디서나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고, 영화관에 갈 필요 없이 각종 영상을 손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운전할 일이 크게 줄었다. 또한 성장 정체로 불안정하고 급여가 적은 질 낮은 일자리가 양산되면서 큰돈이 들어가는 차량 보유는 젊은 층에게 사치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차를 보유하고 1만5000마일을 운전하는 데 드는 돈은 연간 1만1000달러(약 1435만원)에 이른다. 내연기관 차가 탄소를 엄청나게 배출한다는 것도 환경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는 탐탁지 않은 부분이다. 미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도시의 승용차는 이산화탄소를 연평균 약 4.6톤 내뿜는다.

젊은 층의 운전 기피 현상에 완성차 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차량 판매 감소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GM 등 주요 업체는 차량 공유 업체와 제휴하기로 발표하고, UAM(도심 항공 교통)과 자율 주행 등에 기반한 모빌리티 사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4년 전 차량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길 원한다”며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운전대 안 잡는 젊은이는 앞으로 더 늘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친환경 기조 속에서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이 주차 공간 축소, 도로 폐쇄, 녹지 공간 확대 같은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잉글랜드 대학 키론 차터지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에 “청년기에 형성된 운전 습관은 나이가 든 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동차 전성시대는 21세기에 막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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