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안팎의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아디다스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미국 힙합 스타 예(옛 카녜이 웨스트)와의 협업 중단 등으로 올해 매출이 감소하고 7억유로(약 9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예와의 협업 브랜드 ‘이지’ 재고를 팔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을 포함한 금액이다. 전망대로라면 연간 단위로는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앞서 작년 10월 아디다스는 예가 소셜미디어에 유대인 혐오 발언을 올려 논란이 되자 지난 2013년부터 이어온 예와의 협업을 9년 만에 중단했다. 아디다스가 예와 협업해 벌어들인 연간 매출은 전체 매출액의 8% 수준인 20억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고에 쌓인 이지(Yeezy) 재고 처리도 골칫거리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팔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소각해 버리면 ‘멀쩡한 제품을 버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저소득층에 기부할 수도 있지만 재판매(리셀) 시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운동화 재판매 시장에서 이지 일부 모델은 정가보다 4~5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아디다스는 중국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아디다스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 증가했지만 중화권 매출액은 36% 감소했다. 코로나 봉쇄 영향도 있지만 2년 전 발생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사태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아디다스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 지역의 강제 노역 문제를 문제 삼자 중국인들 사이에서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이 불었고 아디다스 역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아디다스는 지난 1월 경쟁사인 푸마에서 비에른 휠던 최고경영자(CEO)를 구원투수로 모셔오는 강수를 뒀다. 축구 선수 출신인 휠던은 1992년 아디다스에 입사해 1999년까지 일하며 의류·액세서리 수석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이후 유럽 최대 신발 소매업체 다이히만,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 등을 거쳐 2013년부터 스포츠 브랜드 푸마의 수장을 맡았다.
휠던은 푸마 CEO 재임 당시 매출·수익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푸마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그는 푸마가 업의 본질인 스포츠 대신 라이프스타일·패션을 강조하며 단기적 이익을 좇은 데서 부진의 원인을 찾았다. 이후 선수 후원을 늘리고 운동화 품질을 올리는 등 다시 스포츠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그는 지난 2019년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 후원을 줄이면 단기적으론 이익을 거둘 수 있겠지만, 젖소에게서 우유를 짜려고만 하면 결국 언젠가는 무너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휠던이 푸마를 이끈 기간 회사 매출은 두 배 넘게 뛰었다.
휠던 CEO는 아디다스에서도 기본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위기 극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실적 발표에서 “올해는 2024년과 2025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과도기적인 해가 될 것”이라며 “아디다스는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제품과 소비자, 소매 파트너, 운동선수 같은 핵심에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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