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 때 기업의 성장 스토리는 어떻게 써야 할까?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는 회사를 인수·합병(M&A)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훌륭한 전략이다.
2020년 11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이후 꽤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중국과 영국이 두 기업 결합 심사에 긍정적 손을 들어줬다. 미국, EU, 일본의 경쟁 당국도 심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물을 거울로 삼는 사람은 자기의 얼굴을 알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 사람은 자신의 길흉을 안다고 했다. 동종업에 속하는 두 기업은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흉(凶)이 아닌 길(吉)로 가는 항로를 찾아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심리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M&A의 4분의 3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한 중독성을 갖는 M&A에 임하는 매수자의 근거 없는 낙관론과 교만함이 실패를 만든다고 봤다. 그렇기에 우리는 양사의 합병을 경쟁력, 규모의 경제, 시너지 창출 차원에서 다각도로 바라봐야 한다. 양 기업 합병은 여러 면에서 늦은 감이 있다.
우선, 세계 항공 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과당경쟁인 우리 시장의 제 살 깎아먹기 결과가 아시아나 비극에 한몫했다. 미국과 유럽은 항공 산업 구조 조정을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이미 마쳤다. 각각 4개 대형 항공그룹이 존재한다. 인구 1억명이 안 되는 선진국 가운데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독일, 프랑스도 1개 항공사만 있다. 난립한 저가항공사까지 생각해 볼 때 국내 시장은 과당경쟁이다.
◇ 한국은 인구 비해 항공사 많아… 저비용 항공사도 난립
둘째, 웹서핑으로 서울에서 파리로 가는 여객기 숫자를 보라. 차고 넘친다. 항공 산업은 완전 경쟁시장이다. 30층까지 가는데 선두 기업은 20층에서, 우리는 15층에서 뛰어 올라간다면 게임도 안 되고 시간 낭비다. 덩치를 키워 출발 층수를 18층이나 19층으로 올려야 한다. 양사 합병 이후 부채비율은 400%대로 추정되는데 이는 업계의 국제적 관례에 비해 지나치게 높지 않다. 완전 경쟁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는 비용 감소로 소비자 편익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
셋째, 합병 이후 고용 문제를 생각해 보자. 항공 업계의 인력 구성 특성상 승무원, 조종사, 정비사 등 항공 운항 필수 인력이 80%다. 합병에 따른 잉여 인력 문제가 발생해 감원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항공은 기간 산업이다. 기업의 덩치를 키워 가치를 더 높게 만들어야 할 명분이 있다. 미국과 유럽의 항공사 통폐합과 중동 국가들과 중국이 자국 항공사에 뿌리는 막대한 보조금을 생각해 보라.
하늘은 우리에게 낮과 밤, 추위와 더위에 따른 시간의 제약을 과학적으로 알려준다. 시간은 돈이다. 일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흐름이 개선되고 있어 독자 생존 가능성도 거론한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볼 때 양사의 합병은 하늘의 뜻을 따라 비행하는 순리와 같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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