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전기 오토바이 제조사 '케이크'의 스테판 위텐보른 CEO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이달초 개설한 매장에서 오토바이를 타보고 있다. /장련성 기자

전 세계 오토바이는 2억7000만대에 달하고 2050년이면 4억대 이상이 지구촌을 누빌 것으로 유엔환경계획(UNEP)은 내다보고 있다. UNEP가 오토바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공기 오염의 진원이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나 블랙카본(그을음) 같은 지구온난화 유발 물질은 물론이고, 미세 먼지 원인 물질까지 배출한다. 그래서 UNEP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전기 오토바이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친환경이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전기 자동차뿐 아니라 전기 오토바이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457억달러였던 글로벌 전기 오토바이 시장의 규모는 2030년 1095억달러까지 매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지에서 고효율 전기 오토바이 개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스웨덴에서 케이크(Cake)란 회사를 이끄는 스테판 위텐보른(60)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간 친환경 비전을 갖고 있다. 그는 “2025년까지 종이 차체로 제작한 전기 오토바이를 개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제시한다. 서울을 방문한 위텐보른 대표를 만나 친환경 철학과 함께 ‘전기 바이크’를 제작하는 기술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들어봤다.

2025년까지 종이 차체 전기 오토바이 만든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스웨덴 전기 오토바이 '케이크'의 스테이판 이터본 CEO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련성 기자

위텐보른 대표는 “우리는 정말로 환경 친화적인 여건에서 오토바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케이크는 에너지 기업과 제휴해 오토바이를 생산할 때 수력·풍력·태양광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만 사용하고 있다. 위텐보른 대표는 “2025년에는 케이크가 만드는 오토바이의 플라스틱·금속 부품을 모두 종이 소재 부품으로 교체하겠다”며 “종이 차체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오토바이를 한 대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1186㎏이 배출되는데, 이를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종이 차체로 오토바이를 만든다는 것일까. 케이크와 기술 협력을 하고 있는 신소재 기업 페이퍼셀은 기존에 오토바이에 사용하는 플라스틱만큼 ‘단단한 종이’를 개발 중이다. 식물의 세포벽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강한 압력으로 압축해 강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위텐보른 대표는 “셀룰로오스가 종이를 만드는 성분이기는 하지만, 초고압으로 압축하면 비가 와도 젖지 않고 강도에도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강도를 확보했다”며 “셀룰로오스로 제작한 부분이 깨질 경우 단면이 날카로워 운전자를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종이 차체나 부품을 만드는 과정에도 화석연료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전기 오토바이 도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UNEP 홈페이지 캡처

UNEP에 따르면 2030년까지 판매되는 오토바이의 90%를 전기 오토바이로 바꿀 경우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110억t 감축할 수 있다. 운전자들도 연료비나 수리비 등이 줄어들어 누적으로 3500억달러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행 시 소음이 없다는 것도 오히려 전기 오토바이의 장점이다. 케이크의 오토바이는 아프리카에서 밀렵꾼 단속에 활용된다. 위텐보른 대표는 “기존에는 내연기관 오토바이의 소음을 듣고 밀렵꾼들이 미리 달아났는데, 무소음에 가까운 전기 오토바이가 접근하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한다”며 웃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밀렵 방지에 활용된다는 점에 주목해 케이크의 오토바이를 ‘2021년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위텐보른 대표는 “나도 오토바이 소음을 참 싫어했던지라 전기 오토바이를 타보고서 매력에 푹 빠졌다”며 “여성들이 특히 조용한 전기 오토바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3% 안되는 국내 전기 바이크 시장, 성장 가능성 커

전기 오토바이가 아직은 내연기관 오토바이에 비해 성능은 부족한 편이다. 내연기관 오토바이는 연료를 다 채우면 300㎞ 정도까지 달릴 수 있지만, 케이크의 전기 오토바이는 1회 충전으로 83㎞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위텐보른 대표는 “그래도 시내 출퇴근용이나 배달용 오토바이로는 주행거리가 충분한 수준”이라고 했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 2~3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답답하게 생각할 수 있다. 위텐보른 대표는 “케이크 오토바이 배터리는 10~20㎏ 정도 무게고, 분리도 가능해 사무실 책상 등에서 충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케이크는 테슬라의 ‘수퍼 차저’ 같은 급속 충전기를 내년 하반기에는 내놓을 예정인데, 그러면 충전 시간이 15분으로 단축된다고 한다.

국내 전기 오토바이 보급은 초기 단계다. 국내 등록 오토바이는 작년 말 기준 220만대 정도인데, 전기 오토바이는 약 6만4000대로 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도 큰 편인 셈이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2025년까지 배달용 오토바이 3만3400대를 전기 오토바이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무공해차로의 전환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 외 지역에서도 전기 오토바이 수요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전기 오토바이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분류해서 유형·성능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케이크는 스웨덴 스톡홀름, 미국 LA에 이어 이달 초 서울에 매장을 냈다. 위텐보른 대표는 “배달용과 출퇴근용 전기 오토바이 판매에 서울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했다. 그는 “전기 오토바이 판매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더라도 길게는 10년 넘게도 탈 수 있어 일반 오토바이보다 수명이 길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위텐보른 대표는 “사업을 할 때 늘 사회에 미치는 영향(impact)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것만큼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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