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은 X세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었다.

새로운 세대 등장으로 가장 떠들썩했던 건 X세대가 출현했을 때가 아닌가 합니다. 대체로 1970년대에 태어난 90년대 학번을 말합니다. 바로 위 386세대가 민주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감당했다면, X세대는 산업화 과실이 생겨나는 시기에 젊음을 누리며 ‘나 자신’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신인류’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90년대 대중문화는 화려하고 개성을 중시했습니다. 이전의 ‘통기타 문화’보다 발랄했습니다.

전 세계를 보더라도 X세대는 변혁의 소용돌이에 올라탄 세대였습니다. 어린 시절 개인용 컴퓨터(PC)를 접하고, 청년이 되어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한 첫 세대였습니다. 뮤직 비디오에 열광했고, 힙합 문화의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미국 X세대를 ‘래치키 키드(latchkey kid)’라고 했는데요. 하교 후 집에 혼자 있게 된 맞벌이 부부의 자녀라는 뜻입니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본격화하고 이혼율이 급등하는 시기에 유년기를 보낸 탓에 본격적인 가정 해체를 겪은 첫 세대로 꼽힙니다. 그래서 미국의 X세대 역시 ‘나 자신’에 관심을 쏟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X세대는 ‘마지막 소련 어린이’였습니다. 10대에 레닌·마르크스주의를 배웠다가 20대에 거센 개혁·개방 바람을 맞고 방황했습니다. 유럽 특파원 시절 옛 동독 지역에서 만난 X세대 맏형뻘 독일 남성이 “어릴 때 러시아어만 배워서 영어를 못한다”고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템포 빠른 젊은 시절을 보낸 X세대가 경제 위기 풍파를 몇 차례 견뎌냈더니 어느새 중년이 됐습니다. 이제는 세대를 이야기할 때 흘러간 사람들이 됐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세대론은 근년에 MZ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며 재점화됐습니다. 최근에는 이번주 커버 스토리처럼 M세대와 Z세대가 분리되기 시작하며 전 세계가 ‘Gen Z’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되돌리지 못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화사한 봄날을 즐기는 게 이 순간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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