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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있는 배터리 재활용 업체 SNT의 공장에는 쉐보레 볼트 같은 전기차에서 떼어낸 배터리들이 모여든다. SNT는 그중에서 상태가 좋은 배터리를 분해·재조립해 다른 전기차 배터리로 다시 사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재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낡은 배터리도 쓰레기가 아닌 보물이다. 완전히 분해해 리튬이나 코발트 등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광물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일종의 ‘광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전기차 보급 확대와 맞물려 쓰고 버린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산업도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새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폐배터리를 통해 일정 부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2035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30~40%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규모가 2025년 299억3900만달러에서 2040년 1741억2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폐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을수록 커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3000만대 수준이었던 전 세계 전기차는 2030년에는 2억4000만대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전체 차량의 10% 정도가 전기차로 바뀌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광물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이 8만5000t 정도였는데, 2050년에는 연간 수요가 거의 5배 수준인 41만50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정부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미국 에너지부는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에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대출 형태로 지원했다.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는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JB 슈트라우벨이 2017년 창업한 업체로, 지원받은 자금으로 네바다주에 있는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폐배터리 활용은 일부 자원 대국들이 배터리 원료 광물을 ‘무기화’하려는 행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멕시코가 자국 내 매장된 리튬을 국유화했다. 지난달에는 칠레 정부 역시 리튬 채굴을 공공·민간 파트너십 형태로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폐배터리 활용도를 높이면 미·중 갈등 격화로 배터리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리튬·코발트·흑연 등 배터리 원료 광물 가공·정제 공정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을 늘리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발표한 ‘핵심광물 확보 전략’에 “현재 2%인 재자원화(재활용)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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