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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세계 증시는 물가 오름세 둔화로 금리 인상이 끝나간다는 기대감을 타고 비교적 순항했다.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으로 미국 지역은행 위기설이 고조돼 멈칫할 때도 있었지만,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가 “예금 전액을 보호하겠다”고 진화에 나서자 증시는 안정을 찾았다. 1분기 S&P500은 7%, 나스닥지수는 16.8% 올랐다. 나스닥지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주가가 급반등한 2020년 2분기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큰손’들은 1분기에 어떤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넣고 뺐을까. 1억달러(약 1340억원) 이상을 굴리는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분기마다 제출하는 투자 보고서를 WEEKLY BIZ가 들여다봤다.
은행주 놓고 버리와 달리오 정반대 선택
미국 지역은행 부실 위험이 가중됐을 때 월가 ‘큰손’들의 은행주에 대한 시각은 엇갈렸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의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는 금융지주회사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85만주)와 여신전문금융회사 캐피털원(7만5000주)을 포트폴리오에 새로 추가했다. 주가가 대폭 내린 팩웨스트뱅코프(25만주)와 퍼스트리퍼블릭뱅크(15만주), 웨스트얼라이언스(12만5000주) 등 지역은행 주식도 대거 사들였다.
버리가 은행주를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쓴 것과 정반대로 ‘금융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는 은행주를 대거 처분했다. 달리오가 창업한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트는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BoA(320만주)와 JP모건(69만주)을 1분기에 모두 처분했다. 웰스파고(172만주)도 모두 팔았고, 시티은행도 보유 주식의 절반가량인 66만주를 매도했다.
달리오는 작년 10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트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긴 했지만 여전히 투자 방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리와 달리오의 엇갈린 행보는 시간이 제법 지나야 승패가 가려질 전망이다. 물론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의 주식 보유 평균 기간이 0.67분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버리가 은행주를 2분기에 매각하는 ‘단타’를 쳤을 가능성은 있다.
은행주를 놓고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종목별로 다른 전략을 취했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1분기 뱅크오브뉴욕멜론 주식 2500여만주와 US뱅코프 주식 667만주를 모두 팔았다. 반면 뱅크오브어메리카(BoA)는 2275만여 주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9%에서 11%로 늘렸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캐피털원도 992만주 사들였다. 버핏은 지난 6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은행주 투자자와 채권자들은 손실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은행주에 부정적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BoA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버핏은 지난해 11월 투자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지분을 1분기에 모두 정리했다.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매각한 소로스와 사들인 ‘돈나무 언니’
버리와 달리오가 은행주를 놓고 다른 길을 갔다면,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와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는 테슬라를 놓고 엇갈린 선택을 했다.
소로스는 1분기에 전기차 주식을 대거 처분해 눈길을 모았다. 소로스 펀드는 테슬라 주식 13만주는 물론이고, 주가 상승 시 이익을 볼 수 있는 테슬라 콜옵션 20만개까지 내다 팔았다. 소로스의 테슬라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로스는 인류를 싫어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소로스는 다른 전기차 회사 리비안 주식 1076만주도 정리했다. 이외에 알파벳, 아마존, 세일즈포스 등 기술주도 잇따라 매각했다.
반면 캐시 우드는 테슬라 주식을 비롯해 기술주를 대거 늘렸다.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1분기 테슬라를 81만주 추가로 사들였고, 비디오 스트리밍 장비 회사 로쿠(37만주), 줌 커뮤니케이션(25만주) 등도 매입했다. 올 들어 기술주가 좋은 수익을 내고 있는데,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I 붐에 ‘큰손’들 투자 몰렸다
올해 1분기에는 인공지능(AI) 붐에 눈독을 들이며 과감하게 투자한 거물이 여럿이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다. 그가 이끄는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주식 73만주를 포트폴리오에 새로 담았다. MS는 챗 GPT로 인공지능 ‘붐’을 일으킨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드러켄밀러는 지난 3월 AI 챗봇 ‘바드’를 출시해 챗GPT에 도전장을 내민 알파벳(구글)도 87만주 사들였다. 그는 지난 9일 이달 초 한 콘퍼런스에서 “AI는 매우 현실적이며 인터넷만큼이나 영향력이 클 수 있다”고 했다.
헤지펀드 업계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의 아팔루사 매니지먼트도 엔비디아 주식 15만주(4170만달러)를 새로 사들였다. 기존에 들고 있던 구글과 MS는 지분을 늘렸다. 테퍼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아크이노베이션 ETF 50만주도 사들였다. 이 ETF는 2021년 초 고점과 비교해 가격이 4분의 1로 하락하긴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20%가량 올랐다.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도 구글 주식 1000만주를 사들이며 AI 붐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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