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올해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탄생한 지 30년째 되는 해다. 세계 각국 증시에 상장된 ETF 숫자가 1만개에 근접하는 가운데 최근 들어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 재난·질병까지도 투자 대상으로 삼는 특화된 ETF가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ETF가 톡톡 튀는 주제로 진화하고 분화하면서 투자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런던의 조사·컨설팅 업체 ETFGI에 따르면, 전 세계 ETF 수는 2006년만 하더라도 729개에 불과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를 지나며 빠른 속도로 숫자가 늘어 2015년에는 4487개까지 증가했다. 큰 위기를 겪은 다음 분산 투자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ETF가 급증한 것이다. 이후로도 꾸준히 늘어나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세계 ETF는 9691개에 달했다.
미국 증시에도 매년 많은 수의 ETF가 상장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증시에는 역대 가장 많은 474개의 신규 ETF가 데뷔했다. 지난해에도 신규 상장 ETF 수가 431개로 2021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재 7조달러 규모인 미국 ETF 전체 자산 규모가 5년 뒤인 2028년에는 15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ETF 상품의 수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ETF는 시장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후 특정 산업이나 테마에 투자하는 ETF가 출시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기업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표방하느냐’도 투자의 잣대로 삼는 ETF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지난해 10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라는 ETF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 기업이 투자 대상인데, 기업 관계자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좌파 성향 발언을 한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빼버린다. 이유는 “사회적 발언이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아예 S&P 500 기업 중 공화당을 지지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포인트 브리지 아메리카 퍼스트 ETF’다. 운용사 측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투자 방향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돕고자 이 ETF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이 ETF를 상징하는 심벌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였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다.
특정인을 ‘저격’하는 ETF도 있다. 인버스 크레이머 트래커라는 ETF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의 유명 주식 해설가 짐 크레이머가 추천하는 종목이 손실이 날 때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ETF다. AXS 쇼트 이노베이션 데일리 ETF도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의 대표 ETF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인버스 ETF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가 손실이 날 때 그만큼 수익을 낸다.
죄악주에 투자하며 ESG(환경·사회·지배 구조)에 반대하는 ETF까지 등장했다. ‘안티 ESG’를 표방하는 BAD라는 ETF는 스포츠 베팅과 도박, 주류, 대마 및 합법적인 약물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운용사 측은 “ESG가 아직 유의미한 현금 흐름이나 수익을 가져오지 못했음에도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드바이저셰어스 바이스(Vice) ETF는 대표적인 죄악주인 주류, 담배, 도박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재난이나 질병도 ETF의 투자 대상이 된다. ‘프로큐어 디재스터 리커버리 스트레티지 ETF’는 허리케인, 산불, 홍수 같은 자연재해 이후 복구 사업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재난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복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IQ 헬시 하츠(Healthy Hearts) ETF’는 심혈관 질환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이 ETF 수수료의 일부는 미국 심장 협회에 기부되는데, 이 기부금은 심혈관 질환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더 독특한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ETF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의회 의원들의 포트폴리오를 따라 투자하는 ETF다. 언유주얼 웨일즈 서버시스 데모크래틱 트레이딩 ETF는 미국 민주당 의원 본인과 배우자가 거래하는 종목에 따라 투자하는 ETF라면,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는 ‘공화당’ ETF도 있다. ‘의원들이라면 뭔가 알짜 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하지 않았을까’라는 발상에서 투자하는 ETF다. 라운드힐 밈(meme) ETF는 온라인 상에서 많이 언급되는 밈 주식에 투자한다. ‘입소문’을 타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특색 있는 ETF들이 고수익을 안겨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2일 기준 올해 수익률이 미국 대표 지수인 S&P 500 지수 상승률(11.5%)을 넘어선 특색 있는 ETF는 ‘갓 블레스 아메리카 ETF’(17%)와 밈 ETF(27.5%) 정도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지나치게 세분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는 ‘분산 투자’라는 펀드 고유의 장점을 희석시켜 특정 경제 상황에서 손실 위험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는 분에게는 월가의 투자 거물인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의 한국어 칼럼을 지면에 게재되기 이틀 전에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켄 피셔 칼럼은 한국에서는 조선일보 WEEKLY BIZ가 매달 한 차례 독점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