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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호텔 체인 힐튼은 지난달 가칭 ‘프로젝트 H3′라는 이름의 새로운 장기 숙박 브랜드를 공개했다. 적어도 20박 이상 길게 머무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저가 아파트식 호텔이다. 객실마다 주방을 설치하고, 공용 공간에는 세탁실·피트니스센터를 갖출 예정이다. 힐튼은 내년부터 ‘프로젝트 H3′를 정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힐튼뿐 아니라 장기 숙박 시장 공략에 나서는 호텔 업체가 부쩍 늘고 있다. 힐튼과 함께 미국 호텔 양대 체인으로 꼽히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역시 이달 초 “장기 체류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새로운 장기 숙박 브랜드를 미국·캐나다에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얏트도 지난 4월 고급 장기 투숙 브랜드 ‘하얏트 스튜디오’를 발표했다. 내년 첫 번째 호텔을 개장하고, 앞으로 미주 대륙에서만 10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모 펀드(PEF) 블랙스톤과 스타우드캐피털은 공동으로 재작년 장기 숙박 호텔 ‘익스텐디드 스테이 아메리카’를 60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작년에는 또 다른 장기 투숙 브랜드 ‘우드스프링 스위트’의 부동산 111개를 15억달러에 사들였다.
호텔 업계가 앞다퉈 장기 숙박 브랜드를 보유하려는 것은 이 분야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원격 근무가 자리 잡으며 일과 휴가를 함께 즐기는 ‘혼합 여행’ 시장이 커졌고, 덩달아 장기 투숙 수요도 늘었다. 혼합 여행은 휴가지에서 원격 근무를 하거나 출장에 주말·휴가를 붙여 가는 형태의 여행으로 ‘블레저(Bleisure·비즈니스+레저)’로도 불린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는 전 세계 블레저 시장 규모가 작년 1500억달러에서 2027년 39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작년 1조달러 규모 인프라 법안에 서명해 대규모 공사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호재다. 도로·항만·공항 같은 주요 인프라 공사가 이어지면서 건설 근로자들이 한동안 머물기 위한 숙소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익스텐디드 스테이 아메리카’의 그레그 주심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아파트 임대료가 매우 높아졌고 많은 사람이 새집을 구할 때까지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는 점이 우리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장기 숙박이 저렴하다는 매력이 있다. 메리어트는 장기 숙박 브랜드의 1박 가격을 산하 30여 브랜드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인 80달러(약 10만원) 정도로 책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 호텔 평균 객실 가격이 149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호텔 입장에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단기 숙박과 비교해 객실 청소나 입·퇴실 업무를 하는 직원이 덜 필요하기 때문에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장기 투숙객은 직접 호텔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경우가 많아서 호텔 측이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 떼주는 수수료도 적다. 부동산 정보 업체 코스타의 얀 프라이탁 애널리스트는 “팬데믹 기간에도 장기 숙박 호텔은 간호사·건설 근로자 같은 손님 덕에 수요가 계속 있었다”며 “불황에 강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불황에 저항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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