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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영석

“그 환자 진찰을 꼭 제가 해야 하나요?”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30대 후반의 M세대 의사 네이선 푼와니씨는 레지던트로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내가 레지던트였을 때는 선배들의 지시에 그렇게 답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Z세대 후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호소하는 M세대 IT 회사 직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직원은 “Z세대 직원은 지시받은 것 이상은 노력하지 않는다”며 “어떤 신입 직원은 ‘그만두겠다’는 퇴사 통보마저 메신저로 보냈다”고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세계 각지의 일터에서 Z세대와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업무 의욕이 없는 데다, 구미에 맞지 않은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며 선배들은 Z세대를 타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Z세대를 비난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장에서 Z세대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대면 의사소통 피하는 Z세대

요즘 직장에서 Z세대는 애물단지다. 지난 4월 미국 구직정보업체 레주메빌더닷컴이 기업 관리자 13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74%)이 “다른 세대 직원들과 비교해 Z세대 직원과 일하기가 더 어렵다”고 답했다. Z세대 역시 괴롭다. 미국의 채용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캔그레이드 조사에서 ‘직장에서 불행하다’고 응답한 이들을 세대별로 나눴을 때 Z세대가 26%로 가장 많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Z세대에 대해서는 우선 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지라 ‘언택트(비대면)’ 접촉을 선호한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입사 초기에 재택 근무를 했다. 상사나 고객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인력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UKG가 주요 12국의 Z세대 3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가 “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중국청년보의 대학생 5000명 대상 조사에서도 80% 이상이 “대인 관계 형성에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자기기 사용 의외로 서툴다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하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복사기·스캐너 같은 사무용 전자기기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지 못해 위축되는 ‘테크 셰임(tech shame)’을 겪고 있다. 갖가지 전자 기기를 Z세대는 능숙하게 다룰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는 것을 의식해 처음 접해보는 기기나 프로그램 사용법을 묻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형식을 갖춰 이메일 보내는 법을 모르는 Z세대도 적지 않다. 휼렛패커드(HP)가 지난해 세계 주요국 회사원 1만명을 조사한 결과 20대 직원 다섯 명 중 한 명은 사무용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40대 이상 직원은 25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Z세대가 번아웃(burn out)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탈진해 있는 경향도 나타난다. 작년부터 가속화된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선진국에서도 경제적 압박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다. 미국 보험사 시그나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18~24세 근로자 중 98%가 ‘번아웃 증상이 있다’고 호소했는데, 10명 중 4명은 “생계비 상승이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경우 Z세대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감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빅테크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면근무 경험 부족, 테크 셰임, 번아웃이 Z세대의 회사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3대 악재로 꼽힌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혼내는 도제식 교육은 금물

기업들은 Z세대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묘수를 짜내려 애쓰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우선 ‘사내 교육 강화’라는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PwC와 딜로이트는 ‘대면(face-to-face) 훈련’ 과정을 도입했다. PwC는 Z세대 직원에게 임원에게 대면 보고하는 법, 고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법을 교육하고 있다. 딜로이트도 대면 회의에서 발표 잘하는 법이나 직장 생활에 필요한 인간관계 구축 방법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일본 기업들도 Z세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제도화했다. 스미토모화학은 Z세대 직원이 임원에게 책을 추천하고,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IT·전자 기업 NEC에서는 임원 한 명과 젊은 직원 4명이 ‘5인 1조’로 온라인 파티를 연다. 모두 캐주얼 복장으로 술 한 잔을 들고 화상으로 대화를 나눈다. 온라인상으로라도 관계 맺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의사소통이나 협업, 인간관계 형성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며 “예전처럼 선배가 후배를 혼내면서 가르치는 ‘도제식 교육’은 Z세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테크 셰임도 회사가 관심을 갖고 교육만 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영국 가디언은 “젊은 세대는 배우려는 의지가 있고 새로운 기능을 쉽게 배운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 채워줘라

정신적으로 지친 Z세대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벌어진 대규모 감원으로 선배들이 무더기로 해고되는 장면을 목격한 미국 Z세대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게다가 감원 태풍으로 인력이 줄어들어 업무량이 늘었다고 Z세대들은 푸념하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조직 관리 전문가들은 Z세대들에게 의욕을 불어넣어주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Z세대의 특징인 성장 욕구와 인정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켜준다면, 번아웃 증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사 컨설팅회사 콘페리의 이종해 전무는 “Z세대 직원들은 일을 하면서 나도 실력이 늘고, 내 아이디어와 노력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을 명확하게 보고 싶어한다”며 “기업의 관리자들이 이러한 부분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Z세대가 일터에서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BBC는 “회사에서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더 자주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Z세대가 업무에 의욕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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