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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킹 오브 프러시아’ 쇼핑몰에서 쇼핑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고용이 안정되고 가계에 돈이 넘치면서 미국인들은 꾸준히 돈을 쓰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미국 경제는 은행 위기, 금리 인상, 부채 상한선 등 모든 악재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력이 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의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월 경제학자 7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61%가 12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한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작년 3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한 연준은 올해 5월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고,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인 연 5.00~5.25%까지 올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예상과 달리 미국 경제에 침체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S&P500 지수는 연중 최고치까지 올랐고, 실업률은 54년 사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택 판매량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골드만삭스는 12개월 내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기존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16년 만에 찾아온 5%대 고금리 시대에도 미국 경제가 식지 않는 비결은 크게 3가지가 꼽힌다.

①고용

경기 침체를 막는 첫 번째 방어막은 탄탄한 고용이다. 지난 1월 1056만건이었던 미국 민간 기업 구인 건수는 2월과 3월 각각 997만건, 975만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고용시장의 열기가 식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공개된 4월 구인 건수는 1010만건으로 4개월 만에 다시 1000만건을 웃돌며 여전히 고용시장이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급격히 일자리가 줄었던 분야에서 고용이 회복된 것이 고무적이다. 미국 5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문 일자리 수는 33만9000개 증가했는데, 전문사무서비스업(6만4000개), 정부 공공직(5만6000개), 의료서비스(5만2000개), 레저·숙박업(4만8000개) 등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분야에서 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노동 공급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했다. 임금도 꾸준히 오르며 고용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 3월 전달 대비 0.3% 올랐고, 4월(0.1%)과 5월(0.4%)에도 계속 상승했다.

그래픽=김의균

②저축

미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괜찮다는 점도 경기 침체를 뿌리칠 수 있는 요인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가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의 저축액과 실제 저축액의 차이를 의미하는 초과 저축액은 현재 5000억달러(약 640조원)에 이른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2020~2021년 사이 미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5조달러(약 6400조원)를 풀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돈 쓸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풀어놓은 막대한 돈이 개인의 은행 계좌에 차곡차곡 쌓였다.

초과 저축액은 2021년 8월에는 2조1000억달러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이후 팬데믹이 잦아들어 ‘보복소비’ 심리가 확산하면서 초과 저축액은 1조6000억달러 감소했지만, 아직도 5000억달러가 남아있는 것이다. 함자 압델라만 샌프란시스코 연은 선임 애널리스트는 “넘치는 초과 저축이 적어도 2023년 4분기까지는 소비를 받쳐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의균


③소비

고용이 안정되고 가계에 돈이 넘치면서 미국인들은 꾸준히 돈을 쓰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70%가량을 차지하는 소비가 꾸준히 유지되며 성장률 저하를 막고 있다. 개인소비지출(PCE)은 지난 1월 전달 대비 1.9% 늘어난 데 이어 2월(0.1%), 3월(0.1), 4월(0.8%)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여행 예약 사이트인 프라이스라인의 최고경영자(CEO) 브렛 켈러는 WSJ에 “비행기표와 호텔 숙박비 상승에도 여행의 수요가 늘어 놀랐다”고 말했다.

가계 빚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소비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빚 갚는 데 들어가는 돈이 적어 소비할 수 있는 돈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73%로 한국(102.2%)은 물론, 홍콩(95.1%), 영국(81.6%)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경기 침체 없이 물가도 잡을까

탄탄한 고용과 넘치는 저축, 꾸준한 소비로 미국이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고용시장이 매우 활발해 실업으로 인한 큰 고통이 없을 것”이라면서 “물가도 연준 목표치보다 높긴 해도 과거에 감내하던 수준이기 때문에 재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닥터둠’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소비 둔화로 올해 3분기부터 당장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그는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지난해 미국 가계 저축률이 금융 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도 앞으로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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