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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민 사탕으로 불리는 '다바이투(大白兎·흰 토끼)' 캔디. /관성위안

소셜미디어 틱톡의 중국 버전 더우인에는 요즘 포장지에 하얀 토끼가 그려진 사탕을 맛보는 영상이 자주 올라온다. 토끼 조형물이 있는 팝업스토어를 구경하거나 사탕을 아이스크림으로 만드는 영상도 종종 눈에 띈다. 이 사탕은 ‘중국의 국민 사탕’으로 불리는 다바이투(大白兎·흰 토끼). 한때 촌스러운 옛날 과자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Z세대 사이에서 힙한 브랜드로 부상했다.

인기는 세계로 뻗어나간다. CNN은 “다바이투 사탕이 40여 개국으로 수출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의류, 쿠키, 양말, 아이스크림, 공예품 등으로도 다바이투 캐릭터가 활용되며 중국 밖에서도 사랑받고 있다”고 했다. 출시된 지 64년이나 지난 다바이투가 어떻게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사랑받게 됐을까.

다바이투의 전신은 1943년 상하이의 한 사업가가 영국산 사탕을 모방해 만든 ‘ABC 미키마우스 사탕’이다. 당시 유행하던 미키마우스를 포장지에 그려 넣었는데, 사탕 제조사가 국영기업이 되면서 미키마우스를 버리고 자체 흰 토끼 캐릭터를 만들었다. 195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주년을 맞아 지금의 이름으로 정식 출시됐다.

미국 패션 브랜드 '코치'가 작년 말 다바이투와 협업해 만든 가방과 옷. /코치

다바이투는 중국의 성장과 함께했다. 1950~1980년대 어린이들의 대표 간식이었다. 1972년엔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에게 저우언라이 총리가 다바이투 사탕을 선물로 건넸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다바이투는 인기가 식었다. 개혁·개방 시대로 접어들자 다양한 수입 사탕이 중국에 쏟아졌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다바이투는 브랜드를 확장하는 협업 마케팅에 집중해 반등을 이뤄냈다. 사탕에만 얽매이지 않고 업종과 국경을 넘나들며 폭넓게 제휴했다. 2018년 화장품 회사 메이자징과 협업해 만든 한정판 립밤(입술 보습제)이 대표적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 첫 물량 920개가 풀리자마자 매진됐고, 다음 날에도 3시간 만에 1만개가 완판됐다. 이듬해엔 중국 향수 브랜드 센트라이브러리와 만든 향수가 10분 만에 1만4000개 팔렸고,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와 손잡고 두 회사 제품을 섞어 만든 아이스크림을 내놓아 인기몰이를 했다.

협업이 잇달아 성공하자 요즘엔 서방의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중국 브랜드가 됐다. 작년 말 다바이투 토끼 캐릭터를 활용해 미국 패션 기업 코치는 가방·의류를 내놨고, 화장품 브랜드 SK-II는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했다. 협업을 통해 다바이투는 고객층을 확대했을 뿐 아니라 상품 종류를 다양화해 트렌디한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작년 상하이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사탕은 물론이고 컵·가방·화장품 같은 토끼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38cm 길이의 대형 다바이투 사탕. 기본 사탕 35개를 넣어 재포장한 상품이다. /관성위안

협업과 별도로 다바이투는 요즘 파격적인 사탕 포장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탕 수십개를 원통형 상자에 넣은 후 기존 사탕과 같은 디자인의 포장지로 감싼 ‘자이언트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거대한 사탕처럼 보이는 외형 덕에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다. 2016년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네스베가 디자인한 한정판 사탕 상자도 내놨다.

사탕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춰 다양화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다바이투는 우유맛이 기본 상품이지만 요즘에는 땅콩, 팥, 두리안, 겨자맛까지도 등장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다바이투는 중국 기업들에 어떻게 해야 브랜드가 장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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