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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 계기가 하나의 책에서 비롯됐다는 겁니다. 두 사람은 ‘스타십 트루퍼스’와 ‘여름으로 가는 문’을 쓴 미국 SF(공상과학) 소설의 거장 로버트 하인라인의 1966년 작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인생을 바꾼 책으로 꼽습니다.
이 책은 2075년 달 식민지를 배경으로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혁명가들과 인공지능 컴퓨터의 얘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달은 범죄자나 정치범의 유배지로 묘사되는데, 지구에서 온 관광객은 3주만 달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3주가 지나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의 중력에 익숙해져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설정입니다. 물론 우주에 대한 이해가 극히 부족하던 시절의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이 1년 이상 머무르는 것이 흔한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달 착륙 이후 반세기가 지난 현재까지도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정말 조금 나아졌을 뿐입니다. 우주에서는 하인라인이 상상한 일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화성 탐사를 준비하는 미항공우주국(NASA)이 25일(현지 시각) 긴 여정에서 생길지 모르는 일을 미리 시험하는 1년간의 거대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차피(Chapea·Crew Health and Performance Exploration Analog)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요.
통신 지연까지 구현
켈리 하스턴, 로스 블록웰, 나산 존스, 알리사 셰넌 등 4인의 우주인은 25일 미국 휴스턴 NASA 존슨 우주센터의 대형 격납고에 들어갑니다. 158㎡ 규모의 화성 거주지 구조물은 화성 흙을 모사한 소재를 이용해 3차원(3D) 프린터로 찍어 냈습니다. 화성에 도착한 우주인들이 지구에서 소재를 운반하는 것보다 3D 프린터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예측을 시험하는 겁니다.
내부에는 4인이 각자 살아갈 수 있는 개인용 숙소, 단체 식당, 회의를 위한 테이블이 있는 공용 공간, 주방, 2개의 욕실, 운동실이 꾸며져 있습니다. NASA는 “화성 탐사를 현실적으로 구현해 생활하는 동안 우주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떤 방식으로 임무를 부여해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환경”이라고 했습니다.
우주인들은 화성에 고립된 것처럼 외부와의 통신에도 제약을 받습니다. 1억6000만km 떨어진 화성과 지구가 교신하기 위해서는 20분가량의 지연이 발생합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우주인들은 외부와 통화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20분이라는 시차가 적용됩니다. 철저히 화성의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것이죠. 영상 메시지나 이메일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우주인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만 의사와의 실시간 통신이 허용됩니다.
마션처럼 실내 식물도 재배
우주인들은 근무 시간 동안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가상현실 안경을 쓴 채 화성 산책을 해야 합니다. 또 마치 영화 마션처럼 실내에서 식물을 재배합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시간의 운동도 의무이고 각종 장비를 유지 보수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음식은 보급이 정기적으로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신선한 식품과 우주용 건조 식품을 적절하게 배분해 요리합니다. 욕실에는 샤워 시설과 변기, 흐르는 물이 나오는 싱크대가 있지만, 화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배급제로 운영됩니다. NASA는 CCTV를 이용해 우주인들의 생활을 모니터링합니다.
NASA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오랜 격리가 우주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입니다. 화성까지의 여행은 편도만 해도 7개월이 걸리는 긴 여행이고, 왕복을 할 경우 1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우주선이나 화성 거주지라는 좁은 공간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몇몇 사람이 계속 같이 지내면 사실상 ‘사회적 고립’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전의 교도소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독방에 갇힌 죄수는 불과 몇 주 만에 영구적으로 정신에 손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출발하면 돌아갈 수 없는 화성 우주인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독방 감금을 연구하는 UC 산타크루즈의 심리학자 크레이그 하니 박사는 와이어드에 “우울증, 과민성, 침울함, 수면·식사 장애 같은 위험 징후가 나타날 수 있고 이들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이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화성 거주 총괄 지휘자인 하스턴은 “친숙한 장소를 촬영한 비디오와 다양한 음악 파일을 가져갈 것”이라며 “불안을 다루기 위해 명상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우주인의 문제는 로켓 폭발 같은 재앙
NASA가 화성 거주지 실험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하와이 화산의 북쪽에 설치된 Hi-SEAS라는 시설에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각기 기간을 달리해 6차례 실험이 이미 진행됐습니다. 마지막 실험에서 우주인이 전기 충격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중단됐습니다. Hi-SEAS 실험을 총괄했던 킴 빈스테드는 “우주인 사이에서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로켓이 터진 것 같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화성으로 향할 우주인들이 마주칠 실제 문제는 거주지 시뮬레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어려울 겁니다. 장기간 우주를 항해하면서 안전한 지구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고 미세 중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 ISS 우주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근손실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내장 근육 탄력 저하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골밀도 감소도 불가피합니다. 물·음식·공기 같이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고갈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실제 화성 탐사선이 발사되기 전에 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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