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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증시 상승세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추세가 될 것 같습니다.”

도쿄 증권가에서 34년간 일한 마쓰바라 히로유키(松原浩之) 글로벌X재팬 이사는 WEEKLY BIZ 줌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은 당분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고, 일본 주식은 굉장히 저렴한 투자 대상인 상태”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X는 테마 상장지수펀드(ETF)로 유명한 해외 자산운용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회사다. 글로벌X재팬은 2019년에 설립된 일본내 유일한 ETF전문운용회사로 성장테마형, 인컴형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증시에 반도체 ETF 외에도 게임·애니메이션, 핀테크, 기후변화, 자율주행·전기차 ETF 등을 상장해 운용 중이다.

마쓰바라 히로유키 글로벌X재팬 이사는 "현재 일본 증시 상승세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X재팬

마쓰바라 이사는 닛케이평균이 최고점을 찍었던 1989년부터 다이와증권·자산운용에서 근무해왔다. 일본 증시의 ‘잃어버린 30년’을 증권가에서 지켜봐 왔던 셈이다.

◇일본 증시 상승 5가지 이유

마쓰바라 이사는 닛케이평균이 최근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5가지로 세분화해서 설명했다. ‘저금리’가 가장 큰 이유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 금리를 계속 높이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 자산은 굉장히 저렴한 상태”라고 했다.

일본의 경제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마쓰바라 이사는 “지금까지는 디플레이션 때문에 해외에서 일본에 투자를 안 했다”며 “최근 물가 상승률도 3~4%, 임금상승률도 3%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지정학적 요인도 경제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안전한 공급망’으로서 일본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증시 상승세의 동력이다. 특히 대만의 TSMC 반도체 시설의 대안으로도 일본의 반도체 생산 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증권거래소도 자사의 상품인 ‘상장 주식’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도쿄거래소는 올 들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에 대해 시정 요청을 했다. “거래소의 조치로 저평가된 상태에서 방치돼 있던 일본 시장이 재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자 수익에 대해 세금을 줄여주는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강화하는 정부의 조치도 예금에 묶여 있던 돈을 증시로 유인하고 있다.

◇”반짝 상승세는 아니다”

그래픽=백형선

일본 증시가 중장기적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일본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물가가 목표치인 2%를 넘긴 해도 안정적으로 앞으로도 2%대를 유지할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초저금리를 당분간 이어가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마쓰바라 이사는 “전쟁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외부 요인이 없어도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할 수 있을 때까지 금융 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금리 속에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일본 주식은 달러로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원래 달러당 100~120엔 사이를 오가던 엔·달러 환율은 현재는 130~150엔 사이를 오가는 수준이다. 닛케이평균이 버블기 최고점인 3만8915(1989년 12월 기록)까지 오르더라도 환율 때문에 달러로 환산한 닛케이평균은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 된다.

주가 자체도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서는 그리 ‘고평가’된 상태가 아니다. 마쓰바라 이사는 “PBR 이나 PER(주가수익비율)은 여전히 다른 나라 시장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거래소의 요구를 기업들이 잘 이행한다면 PBR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모든 종목 주가 흐름이 좋은 것이 아니라 주목 받는 일부 테마의 주식에 한 해 시장이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의 기업들이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쓰바라 이사는 “반도체 소재와 제조장비, 로보틱스, 종합상사, 게임·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각광받는 일본 기업이 계속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글로벌X재팬의 ‘재패니즈 세미컨덕터 상장지수펀드(ETF)’는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60.2% 상승했다. 미국이나 한국의 반도체 ETF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고령화로 인력 부족, “외국인 인력 활용 필요”

국가 채무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2배 정도의 국가 채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고, 당장 금리를 올릴 이유도 없으니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일본 입장에서는 고령화가 가장 큰 부담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여성 노동력 활용, 정년 연장, 육아·보육 체계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발생한 노동력 부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민 정책 등이 필요하다. 마쓰바라 이사는 “일본 전체 인구가 한국의 2.5배 수준인데 체류 외국인 수는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 노동력 끌어올 수 있도록 법률 및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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