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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영석

직장인 임윤희씨는 온라인으로 물건을 살 때 반품(返品) 규정을 먼저 살핀다. 언제까지 반품이 가능한지, 무료로 반품할 수 있는지 꼭 확인한다. 임씨는 “반품이 무료면 옷의 치수를 확신할 수 없을 때 여러 치수 옷을 한꺼번에 주문해 내 몸에 맞출 수 있다”고 했다.

고객의 권리 보호가 중시되고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반품을 둘러싸고 소비자와 기업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반품이 어려운 물건은 주문을 꺼리고, 기업들은 반품을 둘러싸고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울상이다.

전미소매협회(NR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이 반품을 요구한 액수는 연간 1000조원에 달했다. 미국 소매업체들은 작년 4조9500억달러(약 6450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16.5%인 8160억달러(약 1060조원)가 반품됐다. 반품 규모가 2020년(4280억달러)과 비교하면 2년 만에 거의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반품 처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미국 업체들은 무료 반품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반품을 둘러싼 기업과 소비자의 기싸움을 WEEKLY BIZ가 들여다봤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반품은 옷·신발·전자제품이 많아

미국에서 반품이 늘어난 건 코로나 사태 영향이 크다. 팬데믹으로 경기 둔화가 나타나자 물건 구입에 신중해진 소비자들이 구매한 상품을 되돌려보내는 횟수가 잦아졌다는 의미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쇼핑 자체가 늘어난 것 역시 반품 횟수를 늘린 원인이었다. 미국의 반품 대행 업체 나르바르의 아밋 샤르마 최고경영자는 “40년 사이 가장 높은 물가 상승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더 검소해지려 애쓴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재고가 남아도는 것도 반품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팬데믹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쇼핑 수요가 커지자, 기업들은 생산을 확 늘렸다. 지난 4월 기준 미국 소매 재고는 2020년 대비 33% 증가한 7713억달러였다. 막대한 재고를 밀어내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같은 물건을 더 싸게 파는 곳을 발견하고 먼저 산 상품을 반품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반품은 주로 의류와 신발에서 가장 많이 이뤄진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파워리뷰스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가운데 반품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이 가장 높은 항목은 옷(88%)이었고, 신발(44%), 전자제품(43%) 순이었다.

50달러짜리 반품 처리하는 데 33달러

기업들은 반품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전 세계를 덮친 공급망 문제로 운송 비용이 올랐고, 구인난으로 인건비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품 대행 업체 옵토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50달러짜리 물건을 반품하면 판매 업체가 부담해야 할 각종 비용은 33달러에 달했다. 2020년보다 7% 늘어난 수치다. 아마존의 경우 반품된 제품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제품 가격의 66%라고 밝혔다.

반품에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건 기계에 맡기지 못하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경우 주문 상품을 배송할 때는 물류 창고에서 제품을 찾아 포장한 다음 배송 업체로 넘기면 끝난다. 그런데 상품이 반품되면 별도의 물류 시설로 보내 포장을 해체한다. 그리고 나서 고객이 주장한 반품 사유가 실제와 맞는지, 물건의 상태가 어떤지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아마존은 주문한 상품은 1분 동안 30개 정도 배송 처리가 가능한 데 반해, 반품된 제품을 30개 처리하는 데는 10분이 넘게 걸린다고 밝혔다.

반품된 상품 가운데 다시 내다팔 수 있을 만한 물건이 적다는 점도 기업에 골칫거리다. 옵토로에 따르면 반품된 상품 가운데 5%만 즉시 재판매할 수 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헐값에 청산업자에게 넘어가거나 버려진다. 이로 인해 50달러짜리 상품이 반품돼 들어오면 물건 값의 3분의 1 정도만 건질 수 있다.

무료 반품 없애는 미국

미국에서는 반품이 커다란 비용 지출 요소가 되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료 반품을 중단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르바르가 미국 소매 업체 200개를 분석해보니, 2021년에는 반품에 수수료나 배송비를 물린 업체가 전체의 33%였는데, 작년에는 41%로 증가했다.

아마존은 최근 반품을 하는 일부 소비자에게 1달러의 추가 수수료를 물리기로 했다. 미국 백화점 체인인 콜스는 이달부터 온라인으로 반품할 때 배송비를 소비자들이 지불하도록 했다. 니만마커스백화점은 온라인으로 반품하는 소비자에게는 9.95달러 수수료를 받기로 했고, 수수료를 피하려면 직접 정해진 기한 내에 매장에 찾아오도록 했다.

그러나 반품을 정당한 권리로 여기는 소비자가 많아 기업들과 충돌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상품 구입 시 반품 가능 여부를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글로벌 시장분석 업체 퀀텀메트릭이 작년에 미국·영국 소비자 3000여 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의 69%가 “반품 비용을 물리는 업체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절반 정도(49%)는 “무료로 반품을 해주는 업체에는 더 많은 돈을 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국내는 무료 반품 계속 유지

미국과 달리 국내 온라인 소매 업체 중에서는 무료 반품을 축소·폐지하는 곳이 거의 없다. 쿠팡과 신세계 등은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반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료 반품 정책 때문에 우리를 찾는 고객이 많은데, 폐지할 경우 오히려 수익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GS프레시의 경우 반품할 경우 오히려 웃돈을 얹어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부터 채소·과일 등 일부 신선식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구매한 상품이 신선하지 않을 경우 전액 환불하고, 여기에 더해 구매액의 10%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그만큼 신선하다는 인식을 불어넣어주는 마케팅으로서 치열 유통 업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그러나 무료 반품이 진짜 무료인지는 정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이 판매가격을 올려 무료 반품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영자문회사 스타트업슬로스는 “무료 반품 비용을 소매업체가 부담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업들은 반품 비용을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된다”며 “반품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까지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함께 짊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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