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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중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작년 7월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상하이의 한 주택 단지 건설 현장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 들어서만 세 차례 조정했다. 1월에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로 반등할 것으로 보고 5.2%에서 5.5%로 올려 잡았고, 두 달 뒤 강한 회복세를 근거로 6%로 한 차례 더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지난달엔 부진한 경제 지표를 거론하며 5.4%로 낮췄다.

작년 말 중국 정부가 고강도 방역 조치를 완화하며 리오프닝 국면이 시작되자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수요가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며 리오프닝 효과가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2%에 이르며 회복 궤도에 올랐다는 평도 나왔다.

그러나 5월 경제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생산과 소비, 투자, 수출 등 주요 거시 지표가 모두 기대 이하였다. 소매 판매는 1년 전보다 12.7% 늘어나는 데 그쳐 상승폭이 전월(18.4%)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다. 산업 생산 증가율도 3.5%로 전달에 못 미쳤고, 수출은 7.5% 감소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더블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리오프닝으로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다가 다시 경기가 고꾸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김의균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중국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심각한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비율은 30% 안팎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규제에 나섰다. 이 여파로 헝다그룹 등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줄줄이 자금난에 봉착하며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사를 중단하는 곳이 많아졌고, 미분양 증가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중국 70개 도시 신규 주택 가격은 재작년 10월 전월 대비 0.2% 하락하기 시작해 1년 넘게 내림세를 이어왔다. 올 1분기에 반짝 상승해 3월에는 0.5% 오르기도 했지만, 5월엔 다시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GDP의 12%에 달하는 13조6000억위안(약 2500조원)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해 있다. 고령화 속도와 인구 감소 추세, 그동안의 공급 과잉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지역전략팀장은 “부동산 불황으로 가계의 자산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리는 데도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의균

민간의 성장 동력 떨어져

민간 부문 성장 동력도 예전만 못하다. 올해 1~5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대비 4% 늘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공공 투자가 8.4% 증가할 동안 민간 투자는 오히려 0.1%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을 육성하고 민영기업은 축소)’ 기조를 내세우자 민간 부문 동력이 약화한 것으로 본다. 실제 중국은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빅테크 기업에 사정 칼날을 들이댔고 게임·사교육 시장도 타격했다. 재작년 7월 규제가 본격화한 이후 중국 대형 사교육 업체 신둥팡에서만 반년 만에 6만명이 해고됐고, 1만4000개의 게임 관련 회사가 문을 닫았다.

강력한 코로나 봉쇄 정책과 민간 기업 규제의 상흔으로 청년 실업률도 높아졌다. 중국 16~24세 실업률은 지난 5월 20.8%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월(10.5%)의 두 배 수준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은 고용 시장이 안정적이라 리오프닝이 시작됐을 때 충분히 소비할 여력이 있었지만 현재 중국 상황은 그 반대”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의균

5월 수출 7.5% 급감

수출도 신통치 않다. 중국 수출은 작년 10월 이후 계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하다 3·4월 반짝 상승했으나 5월에 다시 7.5% 감소했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면서 수요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많은 선진국 경제가 앞으로 더 침체할 가능성이 높아 연말까지 중국의 수출이 더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일어난 공급망 재편과 서구권을 중심으로 거세진 중국 탈피 움직임도 악재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1~5월 15.1% 감소했고,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같은 기간 4.9% 줄었다. 세계 각국은 중국을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작년 미국이 아시아 국가(한국·일본 제외)에서 수입한 제품 중 중국산 비율은 50.7%로 2013년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고 했다.

‘더블딥’ 빠질 수도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10개월 만에 인하하며 시중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금리 인하와 주택 시장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진단도 많다. 막대한 부채를 고려하면 화끈한 규모로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더블 딥’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기 쉽지 않고 정책 기조를 바꾸더라도 시장이 반응하기까진 꽤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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