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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크리스티나 줌보(31)는 작년 9월 사직서를 썼다. 그는 사직서를 담은 이메일을 보내기 직전 모습을 소셜 미디어로 중계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장면이 담긴 영상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5만3000명에 달했다. 댓글은 3000개 넘게 달렸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내 퇴직에 관심을 가질지는 몰랐다”고 했다.

코로나 유행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유행했다. 실제로 사직하진 않았지만 일을 잘하려는 의지 없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직장에서 마음이 떠난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요란한 퇴사(loud quitt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직장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퇴사를 고려하면서 회사를 비난하거나 불만을 널리 퍼뜨리는 행동을 말한다.

실제 국내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속한 회사 이름을 공개하고 ‘퇴사 마렵다’ 등의 글을 올리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스타트업에 근무한다는 한 직장인은 “왜 이리 ‘틀딱’(나이 많은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많냐”며 회사를 비난하는 말을 쏟아냈다. 이 글에는 수십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미국 갤럽은 최근 160여 국 직장인 약 12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다섯명 가운데 한명꼴(18%)로 ‘요란한 퇴사’ 성향이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

그래픽=김의균

포브스는 “코로나 사태 이후 벌어진 구인난 때문에 다른 직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요란한 퇴사자가 생겨날 여건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성과를 냈다고 자부하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참지 않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MZ세대 직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요란한 퇴사는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회사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동료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럽은 조용한 퇴사와 요란한 퇴사 때문에 글로벌 경제가 세계 GDP 총합의 9%에 이르는 8조8000억달러 손해를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포천지는 “조용한 퇴사는 상대적으로 긴 기간에 걸쳐 회사 문화에 영향을 주지만, 요란한 퇴사는 훨씬 더 즉각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요란한 퇴사를 막기 위해서는 회사가 직원들과 더 능동적으로 의사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짐 하터 갤럽 직장 관리 담당 수석 연구원은 “관리자가 모든 직원과 일주일에 한 번씩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직원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행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묵묵히 업무를 잘 수행하는 직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사·조직 컨설팅 회사 콘페리의 이종해 전무는 “일부 요란한 퇴사자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회사와 남에 대한 험담을 서슴지 않는다”며 “요란한 퇴사자가 도태되고 성실한 인재가 인정받는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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