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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창업한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100년간 당뇨병 치료에 매진해온 덴마크 제약사다. 인슐린을 투여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글로벌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덴마크 시가총액 1위이며, 80국에서 5만5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오랫동안 ‘당뇨 명가(名家)’로 통하던 이 회사가 요즘에는 비만 치료제로 이름값을 올리고 있다. 2021년 6월 출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 1회 주사로 약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위고비는 비만 치료에 있어서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위고비 출시 이후 두 배 이상 올랐다.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나선 노보 노디스크의 카밀라 실베스트(51) 수석부사장을 WEEKLY BIZ가 최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실베스트 수석부사장은 “전 세계 비만 인구가 8억1300만명에 달하지만 우리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100만명도 되지 않는다”며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다.
“2035년이면 세계 비만 인구 15억명”
모건스탠리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지난해 24억달러(약 3조1000억원)에서 2030년 540억달러(약 70조40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보 노디스크에 이어 일라이릴리, 화이자, 암젠 등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도 앞다퉈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비만 치료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실베스트 수석부사장은 “이제는 많은 사람이 질병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 이상 비만이 ‘게으름의 산물’이 아니라 다른 질병처럼 의학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미국의학협회(AMA)는 2013년 비만을 질병이라고 공식화했다.
실베스트 수석부사장은 “질병은 기본적으로 신체가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비만 역시 신체가 에너지 섭취와 소비를 조절 못 한다는 면에서 질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8억1300만명까지 늘어난 비만 인구가 2035년에는 15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비만과 비만 관련 합병증이 전체 의료 비용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개인은 물론 의료 시스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먹는 비만 치료제도 개발 중”
노보 노디스크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앞서 나간 건 당뇨병 치료 노하우 덕분이다. 이 회사는 당뇨병 치료제로 쓰던 빅토자를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아 2015년 주사제 ‘삭센다’를 출시했다. 매일 1회 주사해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주 1회만 주사해도 되는 위고비는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치료제다. 위고비 역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은 것이다.
삭센다와 위고비는 둘 다 음식을 먹으면 분비되는 호르몬과 유사하게 만든 약물이다. 식욕을 감소시키고 포만감을 느끼게 만든다. 당뇨병 치료제가 체내에서 살을 빼는 효과를 내자 아예 비만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실베스트 수석부사장은 “비만 치료제로서 삭센다가 1세대라면 2세대는 위고비이며 3세대 제품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현재 먹는 형태의 위고비와 함께 주사제로도 기존 제품보다 효능을 높인 카그리세마라는 후속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신약 ‘마운자로’가 최근 임상시험에서 위고비보다 강력한 효능을 보이면서 조만간 시장 판도를 뒤집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비만 치료제가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실베스트 수석부사장은 “약 15국 정부에서 삭센다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며 “많은 나라 정부가 비만이 의료 시스템에 큰 문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치료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비만이 될지 예측하겠다”
비만 치료의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 실베스트 수석부사장은 “치료를 넘어 예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막기 위해 비만 치료제를 내놓은 것처럼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누가 비만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지 데이터 과학으로 분석해 비만을 예측·예방하는 설루션일 수도 있고, 비만이 본격화하기 전에 이를 막는 백신과 같은 형태일 수도 있다”고 했다. ‘비만을 예방하면 치료제 사업은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미 8억명 넘는 사람이 비만을 앓고 있어 계속 치료는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100년 기업으로 경쟁력을 이어온 비결에 대해 실베스트 수석부사장은 “경쟁을 통한 혁신”이라고 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창립 직후 두 개의 회사로 갈라졌다. 초창기 함께 했던 직원 일부가 1925년 따로 ‘노보’라는 회사를 차려 나갔고 두 회사는 이후 당뇨 치료 분야에서 비슷한 제품을 내놓으며 수십 년간 경쟁했다.
실베스트 수석부사장은 “한 회사가 혁신을 일으키면 다른 회사는 훨씬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며 “1989년 회사를 합병한 이후엔 다른 회사들과 당뇨·비만 분야에서 동일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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