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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에게 7.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하나를 선물로 건넸다. 광산에서 채굴한 보석이 아니라 인도의 한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랩그로운 다이아몬드(Laboratory grown diamonds)’였다. 인도 정부는 “채굴 다이아몬드의 화학적·광학적 특성을 반영했고, 제조 과정에서 태양열·풍력에너지를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영원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는 희소 가치가 높은 자연 광물이다. 하지만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다이아몬드인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가격이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 노동이나 환경 오염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다이아몬드 산업 분석가인 폴 짐니스키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2016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미만에서 작년 120억달러(약 15조6000억원)까지 커졌다. 전 세계 보석용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비율도 작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3~4주에 걸쳐 만들어낸다. 흑연을 넣고 고압·고열을 가하거나, 메탄을 분해시켜 얻은 탄소를 쌓아 다이아몬드로 성장시키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송오성 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적·화학적으로 100% 동일하고 육안은 물론 웬만한 감정장비로는 쉽게 구분할 수 없다”며 “다만 불순물인 질소 양에 차이가 있어 자외선 반응 검사로 감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요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각광받는 건 기술 발달로 점점 생산 원가가 낮아지면서 대중화되고 있는 영향이 크다. 벨기에 왕실 산하 기관인 안트베르펜다이아몬드센터(AWDC)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 비용은 2008년 캐럿당 4000달러에서 2018년 300~500달러 정도까지 줄어들었다.
폴 짐니스키 분석가는 “2016년만 해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가격은 동급의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겨우 10% 저렴했지만 작년 말에는 격차가 80%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분쟁 지역 다이아몬드)’ 같은 원산지 논쟁에서 자유롭고, 채굴보다는 탄소 배출량이 적은 부분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가성비’를 중시하고 윤리적 소비에도 관심 많은 젊은층에서 인기가 좋다. 미국 결혼 정보 웹사이트 더낫이 재작년 약혼한 성인 5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은 약혼 반지로 인공석을 택했다. 반면 반지가 반드시 천연석이어야 한다는 답변 비율은 34%로 2년 전 조사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Z세대(28%)가 밀레니얼 세대(35%), X세대(41%)보다 천연석을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보석 업체들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덴마크 보석 제조 회사인 판도라는 재작년 “더 이상 채굴 다이아몬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명품 업체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는 작년 7월 이스라엘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 스타트업 루식스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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