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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왕자님과 하윤 공주님은 사이 좋게 지냈어요. 서준아, 내일 학교 가서 하윤이랑 화해할 수 있지?”

동화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내 아이 및 아이의 친구 이름으로 스스로 바꿔서 들려주는 인공지능(AI) 곰 인형을 몇 년 안에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화 구연을 할 때 아이의 성격·취향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겪었던 일까지 감안해 맞춤형으로 대화하는 친구 같은 장난감이 등장하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이비 홈페이지

어린이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장난감을 말하는 ‘스마트 토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아이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외국어를 가르쳐주는 낮은 수준의 AI가 적용된 스마트 토이는 이미 출시 중이다. 미국의 완구 스타트업이 개발한 외국어를 가르쳐주는 영유아 교육용 로봇 ‘로이비(Roybi)’는 팬데믹 때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로봇은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100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접목된 고성능 스마트 토이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어 완구 시장에 큰 변화가 다가올 전망이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장난감 제조사 브이텍의 앨런 웡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2028년 정도에 챗GPT 같은 챗봇 기술이 적용된 장난감이 출시될 것”이라며 “‘거짓말은 나쁜 거야’ 같은 가치에 대해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스마트 토이가 아이의 발달과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시장 조사·분석 업체 마켓US는 글로벌 스마트 토이 시장이 2025년이면 261억달러까지 성장해 2022년(132억달러)의 두 배 수준으로 커지고, 2032년에는 635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미국·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북미 지역이 스마트 토이 시장의 43%를 장악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국·인도 같은 신흥국에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마켓US는 내다봤다.

스마트 토이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여럿이다.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토이를 만들려면 고가 AI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장난감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비싸질 수밖에 없다. 앨렌 웡 CEO는 “대략 5년 정도 지나면 AI 반도체 가격이 장난감에도 쓸 수 있을 정도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사이버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AI 기반 스마트 토이는 인터넷에 연결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개인 정보 유출이나 해킹을 막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가 스마트 토이와 음란물이나 범죄, 도박과 관련된 대화를 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유니세프는 “부모가 새로운 스마트 토이 제품을 잘 살펴보고 데이터 보호나 보안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들을 걸러내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스마트 토이를 통해 노출된 개인 정보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도 잘 가르쳐서 스스로 주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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