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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51세 남성에서 28세 여성으로 바뀌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프랑스에서 이런 인사가 실제로 이뤄져 유럽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에는 목공·배관·정원 관리 같은 주택 개보수를 손수 하는 걸 뜻하는 ‘브리콜라주’가 문화로 정착돼 있다. 영미권의 DIY(직접 제작)와 비슷한 개념이다. 브리콜라주를 즐기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 초대형 매장에 DIY 용품을 잔뜩 쌓아놓은 르루아 메를랭(Leroy Merlin)이다. 올해 창사 100년을 맞은 르루아 메를랭은 DIY 업계 세계 3위, 유럽 1위인 프랑스의 ‘국민 브랜드’다. 프랑스 내 매출만 74억7318만유로(약 10조6800억원·2021년)에 달한다. 러시아·이탈리아·중국·브라질까지 모두 13국에서 임직원 10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유통 공룡이다.
그런 르루아 메를랭이 최근 프랑스법인 최고경영자(CEO)로 아가트 몽페이(28)라는 입사 7년 차 20대 여성을 지명했다. 오는 9월부터 몽페이는 프랑스 내 144개 점포와 임직원 3만명을 이끌게 된다.
몽페이는 51세인 전임자보다 23살이나 어리다. 평범한 매장 관리직으로 출발한 데다, 화려한 배경을 갖추지도 않았다. 프랑스에서 출세가 빠른 사람들은 대부분 최상위 그랑제콜을 졸업한 엘리트지만, 몽페이가 나온 북부 도시 릴의 IESEG이라는 그랑제콜은 누구나 인정하는 명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몽페이를 전격 발탁한 이유에 대해 르루아 메를랭은 “영업·관리 능력이 탁월하고 대인 관리도 뛰어난 인물”이라며 “회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몽페이가 CEO가 된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전 세대까지 대인 관리 능력이 최고위직의 필수 요건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CEO 역시 똑같은 한 명의 팀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포용력과 자기 객관화, 대인 관계 요령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프랑스 북부 소도시 아망티에르 출신인 몽페이는 사교성이 좋고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았다. IESEG 재학 시절 학교를 알리는 학생 홍보부장을 맡았다. IESEG에 다니면서 패션 브랜드 ‘나프나프’와 ‘해피시크’에서 마케팅 경험을 쌓은 뒤 2016년 르루아 메를랭에 입사했다.
몽페이는 입사 4년 만에 투르쿠앵 지역 점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때 온라인 판매 채널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그리스 내 8개 매장을 총괄하는 그리스 사업 대표로 승진했고, 올해는 단숨에 CEO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기혼이며 한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다. 몽페이는 저소득층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자원봉사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몽페이의 발탁이 워낙 파격적이라 무성한 뒷말이 돌았다. 소셜 미디어에는 몽페이가 르루아 메를랭을 소유한 유통 재벌 뮐리에 가문의 숨겨둔 딸이나 며느리라는 근거 없는 추측이 난무했다. 결국 르루아 메를랭은 “몽페이와 뮐리에 가문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아야 했다.
몽페이가 워낙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FT는 “몽페이가 신생 스타트업이 아닌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의 수장을 맡은 이상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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