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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워

19세기 말 직류와 교류 중 어떤 것에 기반해서 미국의 전기 시스템을 구축할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알폰소 고메즈레존 감독의 ‘커런트 워’(The Current War·2019)는 이런 ‘전류 전쟁’을 그린 영화입니다. 주요 등장 인물은 모두 역사에 이름을 남긴 발명가들입니다.

토머스 에디슨(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축음기를 발명해 스타가 됐습니다. 그는 미국 과학아카데미로부터 ‘가장 천재적인 발명가’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에디슨은 투자자들 앞에서 전구에 불을 밝힙니다. 당시 전구의 수명은 10분에 불과했는데, 그의 전구는 13시간 지속되었습니다. 감탄하는 투자자들에게 “백지 수표는 갖고 왔겠죠”라며 큰소리칩니다. 에디슨은 직류 시스템에 올인 합니다.

라이벌 조지 웨스팅하우스(마이클 섀넌) 역시 탁월한 발명가입니다. 스물둘의 나이에 열차의 공기식 브레이크를 발명해 거부가 된 웨스팅하우스는 전기 사업에서 미래를 발견하고 뛰어듭니다. 동유럽에서 온 니콜라 테슬라(니콜라스 홀트)는 에디슨의 연구소에 발탁되지만 뛰쳐나온 뒤 웨스팅하우스에 스카우트됩니다. 웨스팅하우스와 테슬라는 교류 시스템 진영의 대표 선수들입니다.

전구 특허를 갖고 있는 에디슨이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하지만, 직류는 교류에 비해 전송 거리가 짧습니다. 교류를 채택하면 시외에 발전소를 짓고 도시 전체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지만, 직류를 받아들이면 도시 내 여기저기에 수많은 발전소를 지어야 합니다. 비용과 효율의 차이가 컸습니다.

수세에 몰린 에디슨은 교류가 위험하다며 공격합니다. 기자들을 모아 놓고 소와 말이 교류 전기에 즉사하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심지어 교류 전기로 사형을 집행하도록 몰래 조언합니다. 그는 ‘전기로 처형하다’를 ‘웨스팅하우스하다’라고 부르자고 제안합니다. 단두대를 만든 사람 이름을 따서 기요틴이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마지막 승부처는 시카고세계박람회의 전기 조명 입찰 경쟁이었습니다. 에디슨은 패배하고 웨스팅하우스의 교류 시스템으로 박람회장은 불야성을 이룹니다. 테슬라는 큰돈을 벌었지만 새로운 발명에 돈을 쏟아붓고 나서 낡은 호텔 방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쳤습니다. 웨스팅하우스는 나이아가라 수력 발전 프로젝트를 따내며 승승장구했지만, 1907년 금융 위기 때 회사에서 쫓겨납니다. 그의 이름은 웨스팅하우스 컴퍼니라는 회사 명칭에 남아있지만, 그 역시 최종 승리자는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 은행가 JP 모건이 있었습니다. 그는 에디슨과 테슬라 양쪽에 모두 투자했고, 에디슨이 패하자 그를 회사 경영에서 손 떼게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에디슨의 회사를 자신이 투자한 교류 진영 회사와 합병시킵니다. 이름만이라도 남겨달라는 부탁을 뿌리치고 사명을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제너럴 일렉트릭’으로 바꿔버립니다. 위대한 세 명의 발명가가 아니라 금융인 모건이 최종 승자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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