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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였다. 지난해 6월 물가 상승률이 9.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큰 진전이 있는 셈이다. 이제는 작년 초부터 전례 드문 속도로 금리를 빠르게 끌어올린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언제쯤 고삐를 늦추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연준의 향후 행보에 대해 채권·통화·원자재 전문가인 버나드 멘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국제 부문 대표는 WEEKLY BIZ와 서울에서 만나 “내년 초를 내다볼 때 연준이 그때까지도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높게 유지할 확률이 70% 정도로 우세하다고 본다”며 “연준은 물가를 완전히 잡았다는 확신을 가질 때까지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에 지금보다 금리가 낮아져 있을 확률을 30% 정도로 훨씬 낮게 본다는 의미다.

멘사 대표는 BoA의 미국 밖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해외 자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메릴린치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버나드 멘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국제 부문 대표 겸 메릴린치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가 21일 메릴린치 서울지점에서 WEEKLY BIZ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 “연준 금리 쉽게 안 내린다”

멘사 대표는 연준이 현재 연 5.5%(상단 기준)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5.75%까지 한 차례 더 올린 다음 꽤 오랜 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미국 경제는 현재 매우 탄탄하고 가계 건전성도 좋은 상황”이라며 “경기 침체가 찾아오더라도 ‘마일드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미국 고용 시장이 악화될 상황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 6월 미국 실업률은 3.6%였다. 그는 “최근 발표된 미국 은행들의 2분기 실적도 꽤 좋은 편”이라고 했다. BoA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7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늘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연준이 금리를 낮춰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트는 선택을 단기간에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멘사 대표는 보고 있다. 그는 “에너지 가격이 다소 진정됐고, 중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 물가 상승 압력을 해소해준 측면은 있다”며 “연준이 앞으로 데이터에 기반해 물가를 확실히 잡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BoA도 자체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생각만큼 잘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 “최종금리 확인하면 증시로 자금 몰릴 것”

멘사 대표는 당분간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증시 투자자들이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증시로 많은 자금이 다시 몰려들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더 올릴지 아닐지, 최종 금리가 어느 수준일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멘사 대표는 이런 ‘안개’가 걷히면 증시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는 “연준이 최종 금리에 도달했다는 것이 확실시된다면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된다”며 “설령 당분간 금리 인하가 없더라도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밀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멘사 대표는 작년부터 이어졌던 일방적인 달러 강세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가 지속되는 데 대해 “(달러 강세라기보다는) 중국 경제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하기 때문에 위안화가 낮게 평가받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버나드 멘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국제 부문 대표 겸 메릴린치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와 만나 인사를 나누며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대통령실 제공

지난 2월 초에 1220.3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지난해 말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비교적 빨리 금리 인상을 시작했기 때문에 금리 인하도 상대적으로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역시 일본은행이 초저금리를 유도하는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을 고수하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계속된다”

멘사 대표는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팬데믹을 계기로 ‘리쇼어링(reshoring·생산 시설을 자국으로 이동)’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생산 기지를 소비시장 인근으로 이동)’ 등으로 위기 상황에서 회복 탄력성이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멘사 대표는 글로벌 경제의 대표적인 악재였던 ‘미·중 갈등’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을 방문해 대화를 하다 보면 양국 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잇따른 중국 방문이 세계 경제에 호재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한국 경제에 대해 멘사 대표는 “기초 체력이 탄탄해 순항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물가가 안정되고 있고 금융기관 대출도 잘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반도체 업종이 압박을 받고 있지만, (반도체 외에도) 한국에는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있다”고 했다. 멘사 대표는 “특정 국가의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정부·기업 관계자들의 자질은 높은 편이며, 따라서 한국 경제의 미래도 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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