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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기니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유럽 사람으로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ECIPE

“유럽은 조셉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에 소극적입니다.”

미국과 유럽 간 경제 분야 차이를 연구한 오스카 기니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선임이코노미스트는 WEEKLY BIZ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유럽에서는 (부실) 기업 퇴출이 어렵고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탓에 산업 환경의 역동성이 떨어져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부실 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할 뿐 아니라 해고가 까다롭지 않은 노동시장을 유지하기 때문에 산업구조를 미래 지향적으로 빨리 재편할 수 있는 반면, 유럽은 변화에 굼뜨기 때문에 성장이 지체된다는 지적이다.

기니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1인당 GDP(국내총생산)로 비교할 때 EU(유럽연합)가 미국 50주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비영리 싱크탱크인 ECIPE에 근무하기 전에는 영국 정부와 EU 집행위원회에서 경제·에너지 분야 자문역으로 일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기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노동시장이 유연하기 때문에 (신속한 인력 재배치로) 빠른 기술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고, 기업들은 (인력 시장의) 수요 변화에 맞춰 고용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며 “반면 유럽은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 (해고가 어려워) 코로나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위기 국면을 극복하는 능력이 뒤떨어진다”고 했다.

미국의 낮은 고용 안정성에 대해 기니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유연성이 지나친 수준만 아니라면 기업이 경기 사이클에 따라 최적 수준의 고용을 창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 이후 벌어진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에 대해서도 “비IT 기업들이 빅테크에서 이직해온 직원들을 통해 디지털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기니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ICT(정보통신기술)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EU가 출범한 지 30년이 됐는데도 아직 ‘단일 디지털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한 탓에 (페이스북이나 왓츠앱 같은) 소비자용 디지털 서비스가 발전하기 어렵다”며 “EU 인구가 미국보다 1억명 이상 많은데도 각종 국가·지역 차원의 규제 때문에 충분한 규모의 ‘단일 디지털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유럽보다 좀 더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유지한 것도 경제성장에 보탬이 됐다고 기니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그는 “이민자들은 노동력을 공급할 뿐 아니라 세금 납부를 통한 정부 재정 수입 증가와 보험료 납부를 통한 사회보험 재정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며 “더 빠른 경제 발전을 통해 공공 부채 증가를 억제한 것도 미국이 누린 이민의 효과”라고 했다. 그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도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펴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과 비교하면 외국인들에게 언어적·문화적 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기니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유럽 경제에 앞으로도 악재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브렉시트는 영국과 EU에 모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유럽 본토에 대한 영국의) 경제 의존도를 고려하면 영국에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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