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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퀴시멜로 인스타그램

미국 직장인 낸시 페럴(31)은 3년 전 병원에 입원했을 때 ‘스퀴시멜로’라는 상표의 봉제 인형 몇 개를 선물받았다. 고양이·코알라 같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 인형인 스퀴시멜로는 감촉이 푹신푹신하다. 스퀴시멜로의 매력에 푹 빠진 낸시는 모양과 크기가 각기 다른 스퀴시멜로 인형을 200개 넘게 수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낸시 이야기를 전하며 장난감 업계에서 키덜팅(kidulting·성인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제품을 찾는 일)이 유행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요즘 세계적으로 어린 시절 감성을 간직하는 키덜트족의 소비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는 성인으로 보이는 소비자가 방 안을 가득 채운 스퀴시멜로를 자랑하거나, 희귀한 제품을 찾느라 매장을 헤매는 영상이 조회수 수백만을 기록한다.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내 진짜 친구들’이라는 글과 함께 스퀴시멜로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인 소비자들의 열광적 반응에 힘입어 스퀴시멜로는 2017년 출시 이후 1억개 넘게 팔렸다.

그래픽=김의균

키덜트 소비자 덕을 보는 건 스퀴시멜로뿐이 아니다. 시장조사 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작년 6월까지 1년간 미국 18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장난감 매출이 56억달러(약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장난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년 전 9%에서 14%로 높아졌다. 서카나는 작년 유럽 5대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에서 어린이 대상 장난감 판매는 3년 전보다 2억유로 줄어든 반면, 키덜트 매출은 10억유로 늘어났다고 했다.

키덜트 소비자들이 거침 없이 지갑을 열자, 저출산으로 어린이 시장이 쪼그라들어 고전하던 장난감 업체들이 성인용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레고는 2020년 처음으로 18세 이상 성인 고객용 제품인 ‘스타워즈 헬멧 세트’를 내놨다. 이후 꾸준히 종류를 늘려 현재 성인을 주 고객층으로 설정한 제품이 100가지가 넘는다. 미국 장난감 제조 업체 해즈브로도 어린이용으로 팔던 찰흙 놀이 제품을 3년 전 성인용으로 내놨다.

봉제 동물 인형을 주로 파는 미국 빌드어베어는 온라인몰에 성인 고객을 위한 제품만 모아놓은 카테고리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매출의 40%가 성인·청소년에게서 나온다. 맥도널드는 장난감이 포함된 해피밀 세트가 장난감 수집에 열성인 성인 고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지자 작년 10월 성인용 해피밀 세트를 따로 내놓았다.

영화 '바비' 한 장면. /AP 연합뉴스·워너브러더스픽처스

바비 인형 제조사인 마텔 주가는 영화 ‘바비’가 흥행하면서 지난달 10% 가까이 올랐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린 키덜트 소비자들이 바비 구매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마텔은 바비 인형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10만명에 이른다고 집계한다. 이들은 대체로 40대 이상 여성이며, 1인당 바비 상품을 연평균 20개 사 모으는 것으로 추정한다.

키덜팅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시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는 1인 가구, 딩크족,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인 키덜트 소비자의 증가에 힘입어 전 세계 장난감 시장 규모가 작년 923억달러에서 2026년 995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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