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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골지 않고, 잠꼬대는 가끔만 해야 합니다. 저녁 9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중국 상하이에 사는 한 20대 여성이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에 이런 글을 올렸다. 원룸에 살고 있는 그는 함께 살 사람을 찾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가 원하는 건 단순히 누군가와 방을 함께 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침대까지도 함께 쓰는 사람을 구하려고 한다. 중국의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 여성처럼 ‘침대 친구’를 찾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고 한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모르는 사람끼리 침대마저 같이 쓰는 ‘베드메이트(bedmates)’를 찾는 중국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김의균

낯선 이와 ‘동침’을 하려는 이유는 최대한 월세를 아껴 대도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다. SCMP가 소개한 사례인 직장인 샤오샤는 베이징의 IT 업체에 취업한 젊은 여성이다. 그는 회사가 있는 베이징 북부 시산치 지역에서 2000위안(약 37만원)을 넘지 않는 방을 원했다. 문제는 시산치가 IT 기업에서 일하는 고소득자가 몰린 탓에 월세가 급등하는 지역이라는 점이었다. 10㎡(약 3평)짜리 방도 2000위안을 넘었다. 결국 샤오샤는 인터넷에서 20㎡(6평) 크기의 3000위안짜리 방에서 함께 생활할 베드메이트를 구하고, 1500위안(약 27만원)씩 나눠내기로 했다. 조건도 붙였다. 코를 골아서는 안 되며, 남성을 데려와서도 안 된다고 했다.

컨설팅 업체 마이커쓰(麥可思)에 따르면, 중국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월급은 5833위안(약 107만원·2021년)이다. 그런데 중국 청년 80% 이상이 주거비가 월급의 30% 아래를 유지하기를 원한다(부동산 플랫폼 58.com 조사). 따라서 평균으로 볼 때 1800위안(약 33만원)을 넘는 월세는 부담스럽다고 여긴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베드메이트 같은 월세 공유 가구가 작년보다 50% 넘게 늘었다고 중국 주간지 신주간이 보도했다. 광저우 같은 남부 대도시에서도 베드메이트를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직장을 잡기 어렵다는 점도 ‘침대 친구’를 찾는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청년(16∼24세) 실업률은 지난 1월 17.3%였는데, 6월에는 21.3%로 뛰었다. 7월부터는 대학 졸업자들이 대거 통계에 반영되는데, 그러면 실업률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베드메이트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한 중국 남성은 소셜미디어에 “대도시에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다른 남성은 “(베드메이트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고통뿐이다. 내가 자는 침대에서 뒤척일 수 있는 선택권마저 잃었다”고 했다.

미국이나 호주 등 서구에서도 월세를 절약하기 위해 침대를 공유하는 ‘핫베딩(hot-beddig)’이라는 문화가 있다. 다만 핫베딩은 잠자는 시간대가 다른 사람끼리 침대를 서로 번갈아 쓴다는 점에서 ‘베드메이트’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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