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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미국 미시간주에서 코네티컷주로 이사한 케이티·크리스 웨버 부부는 새집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네 자녀와 함께 살기 좋은 주택을 발견했지만 70만달러였던 호가가 75만2000달러까지 올랐다. 다른 구매자와 경쟁이 붙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웨버 부부의 사례를 전하며 “집값이 예상을 벗어나 놀라울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작년 3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시장에서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오른 집값이 이제는 잡히리라는 예상이 나왔다. 통상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 주택 매수 수요가 얼어붙고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한 해 미국 기준금리가 4.25%포인트 급등하자 집값 상승세가 주춤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 집값을 보여주는 지수인 ‘S&P 케이스실러 전국 주택가격 지수’는 작년 7월부터 반년간 하락한 후 올해 2월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격 반등세에는 강한 탄력이 붙어 있어 금리의 위력마저 누르고 있다. 30년 고정금리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최근 연 7.18%까지 올랐지만 미국 주택 가격은 지난 6월 기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월보다 46% 급등한 상태다. 모기지 금리가 연 7%를 웃돌며 고공 행진 중인데도 왜 미국 집값은 계속 오르는 것일까.
매물이 팬데믹 이전의 3분의 2
전문가들이 꼽는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매물 부족이다. 부동산 사이트 리얼터닷컴에 등록된 주택 매물은 지난 6월 61만4000채로,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92만8000채)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매물 부족은 금리가 오르기 전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집을 다시 내놓지 않고 있는 탓이 크다. 미국에서는 작년 7월 기준 모기지 신규 신청의 85%가 30년 고정금리 모기지였다. 15년 만기를 포함한 전체 고정금리 비율은 90%를 웃돌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장기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선호가 강해졌고, 미국 정부도 정책적으로 장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은 고정금리로 돈을 끌어왔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을 내놓거나 갈아타려고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기존 집을 팔고 새집을 구입하려면 주택담보대출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0년 3월부터 2년간 0.25%의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를 유지했는데 이 기간 집을 산 사람이 많다.
부동산 정보 업체 레드핀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있는 미국 주택 소유자의 60%가 해당 대출을 받은 지 4년을 넘지 않았고, 62%는 현재 부담하는 이자율이 연 4% 아래였다. 레드핀은 “많은 집주인이 더 높은 모기지 이자를 부담하지 않기 위해 기존 집에 그대로 머무는 것을 택했고 ‘록인(lock in)’ 효과로 매물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새집 공급, 가구 증가세 못 따라가
기존 주택뿐 아니라 새집 공급도 부족하다. 부동산 시장 분석 기관들은 재작년 기준 미국에서 적게는 150만채, 많게는 500만채의 주택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버드대 주택연구합동센터의 크리스 허버트 박사는 “오랫동안 집을 짓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 적절한 공급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건설업체 폐업이 잇따랐다. 팬데믹 기간 노동력 부족과 공급망 문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재비 급등으로 주택 건설이 차질을 빚은 곳이 많았다. 2005년 207만건에 달했던 주택 착공은 2009년 55만으로 떨어졌고, 이후 점차 회복해 작년 155만건까지 늘었지만 그동안의 인구·가구 증가세를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이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2012~2022년 10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1560만가구가 늘었는데 같은 기간 착공된 주택은 1330만채, 완공된 주택은 1190만채에 불과했다.
팬데믹 기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대거 리모델링을 했던 것도 집값을 올리고 매물을 줄이는 요소다. 집 수리에 많은 돈을 투자해 집의 가치가 올랐을 뿐 아니라, 리모델링에 목돈을 들였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팔기를 아까워하기 때문이다. 작년 미국 주택 리모델링 시장에는 2019년보다 40% 증가한 총 5700억달러가 지출됐다. 시사 주간지 디애틀랜틱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보스턴 같은 고용 중심지와 주변 교외 지역에서 (건물 높이·밀도 제한이나 환경 규제 등의) 복잡한 규정 탓에 주택 건설이 부족하게 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비싸도 사려는 수요는 꾸준
집값이 계속 오르고 대출 금리가 높지만 그래도 집을 사려는 수요는 여전하다. 인구·가구가 늘고 있는 데다 고용 시장도 예상보다 견고해 높은 이자 부담도 감수하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손은경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밀레니얼 세대나 이민자 가구를 비롯해 잠재적인 주택 수요자는 계속 존재하는 상태인데 기존·신규 주택 공급 모두 그만큼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 가구 분화는 예상보다 빨라졌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부모나 친구와 함께 살던 이들이 독립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년간 미국에선 390만 가구가 늘었는데, 인구통계학적 분석에 따르면 170만 가구만 늘었어야 했다. 즉 220만 가구는 예상치 못한 초과 수요였던 셈이다. 포천은 “대유행 기간 급증한 주택 수요를 충족하려면 당시 주택 공급이 300%는 증가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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