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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2세인 일본인 사업가 사가미 순사쿠(佐上峻作)는 26세였던 2017년 10억엔(약 90억원)을 거머쥐었다. 전년도에 창업한 ‘알파카’라는 전자상거래 기업을 매각한 대금이었다. 20대 중반의 성과로는 분명 작지 않았다. 하지만 사가미는 더 큰 도약을 노렸다. 2018년 AI(인공지능)를 활용해 고령의 사업가에게 최적의 후계자를 찾아주는 서비스 회사인 M&A종합연구소를 세웠다.

사업을 계승할 사람을 찾기 어려운 일본 경제의 난제를 AI를 활용해 해결하는 혁신적 사업 모델이 주목을 받았다. M&A종합연구소 주가는 지난달 말 3440엔까지 올라 작년 6월 상장 당일(764엔)과 비교해 15개월 만에 4.5배 올랐다. 시가총액은 1995억엔(약 1조8100억원)까지 불어났다. 주가가 오르면서 사가미 대표의 재산도 지난 5월 원화 기준으로 약 1조2900억원까지 늘었다. 두 번째 창업 5년 만에 첫 회사 매각 대금의 140배가 넘는 재산을 일구며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올 들어 블룸버그·포브스를 비롯한 서구권 유력 매체도 사가미 대표의 성공 스토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가미 슌사쿠 M&A종합연구소 창업자 / M&A종합연구소 창업자

WEEKLY BIZ는 요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기업인으로 꼽히는 사가미 대표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시가총액 1조엔 기업으로 키워내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갈 길이 멀다”고 했다. M&A종합연구소는 실적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24억6200만엔으로 작년 2분기(10억6500만엔)의 두 배가 넘었다. 올해 2분기 신규 계약도 314건으로 2021년 2분기(61건)와 비교해 2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일러스트=김영석

◇AI로 무장한 ‘기업 중매’ 서비스

사가미 대표의 사업 모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M&A 서비스에 AI를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AI가 최적의 인수자를 최대한 빨리 찾아준다. 사가미 대표는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이 업종, 기업의 위치와 규모, 각종 실적을 고려해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낸다”며 “경쟁 기업들이 M&A 완료까지 1년 정도가 걸리지만 우리는 평균 6.8개월이면 계약까지 마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M&A 중개는 개별 직원이 ‘이 기업은 이런 회사를 살 거야’라고 기억을 하고 있다가 머리 속에서 매칭시키는 방식이었다”며 “우리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매칭 적합도를 판단하기 때문에 훨씬 빠르고 정밀하다”고 했다. M&A종합연구소는 AI 기반 시스템을 창업 이후 지난 6월까지 9360차례 업데이트했다.

이런 사업 아이템은 스스로 M&A를 할 때 경험에서 찾아냈다. 사가미 대표는 “첫 회사인 알파카를 매각할 때 M&A 중개 기업의 서비스에 불만을 느꼈다”며 “인수 기업을 찾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고, 서류 작성 같은 절차도 매우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DX(디지털 전환)에 중점을 둬 속도와 효율을 높였다. 신청 서류 작성부터 계약서를 쓸 때까지 모든 절차를 전산화했다. 사가미 대표는 “서류를 일일이 작성할 필요 없이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된다”고 했다.

M&A종합연구소는 최종 인수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는 돈을 받지 않는다. 착수금이나 중간 수수료를 받는 다른 M&A 서비스 기업들과 다르다. 사가미 대표는 “인수 계약이 체결된 이후 최종 수수료만 받는 방식은 우리 회사만의 차별화된 장점”이라고 했다.

◇후계자 못 구해 폐업한 할아버지

후계자를 구하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경험도 사가미 대표가 M&A 서비스 기업을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그의 할아버지는 80대가 될 때까지 후계자를 구하지 못해 오사카에서 평생 운영하던 부동산 중개업소를 폐업해야 했다. 사가미 대표의 아버지는 경찰관이었고, 아버지의 형제들도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업소를 물려받을 사람이 없었다.

사가미 대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할아버지처럼 후계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일본 정부와 경영계 모두 걱정이 크다”며 “할아버지처럼 물려받을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기업이 없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고령 기업가들이 후계자를 구하지 못하는 문제는 일본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2025년이면 일본 중소기업 경영인과 소상공인 중 64%인 245만명이 70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절반가량인 127만명이 후계자를 구하지 못한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회원국 중 가장 세율이 높은 일본의 상속세(최고 세율 55%)도 걸림돌이다. 사가미 대표는 “상속세를 비롯한 세금 문제도 가업 승계의 장애물”이라고 했다.

사가미 대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기업 경영에 두려움을 느껴 서둘러 매각에 나서는 고령의 오너가 많아졌다”고 했다. M&A종합연구소를 통해 운영하는 기업을 넘기는 사람 중 80% 정도가 고령자다. 나머지 20% 정도가 40~50대에 조기 은퇴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아시아 대표 기업 꿈꾼다

M&A종합연구소의 강점 중 하나는 사가미 대표가 직접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IT 기술자라는 점이다. 그는 일본 고베대에서 생물학과 농학을 전공했지만, 2013년 첫 직장으로 광고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회사인 마이크로애드에 입사해 2년간 근무하면서 IT 기술자로 성장했다. 그는 “IT 지식을 익히기 위해 회사 일과 별도로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사가미 대표는 알파카를 매각한 이후 큰돈을 손에 쥐었지만 소탈한 일상을 유지한다. 유니클로에서 파는 옷을 즐겨 입고, 수입차 대신 도요타의 미니밴 알파드를 몰고 다닌다. 강가나 바닷가로 가서 캠핑을 즐기는 것이 취미다.

사가미 대표는 일본의 공장 자동화 설루션 기업인 키엔스의 경영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일본 증시 시가총액 5위의 대기업이다. 사가미 대표는 “직원과 회사의 성과를 철저히 숫자로 평가하는 키엔스의 경영 방식을 배우고 있다”며 “우리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도 키엔스 출신”이라고 했다.

M&A종합연구소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게 늘었다. 작년 9월에는 해외 기관 투자자가 보유한 회사 지분이 5% 정도였는데, 지난 7월에는 14%까지 늘었다. 사가미 대표는 “앞으로 세계를 리드하는 아시아 대표 기업의 경영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사가미 순사쿠(佐上峻作)는

1991년 일본 오사카 출생

2013년 광고 회사 마이크로애드 입사

2016년 전자상거래 기업 알파카 창업

2017년 알파카 약 10억엔에 매각

2018년 M&A 종합연구소 창업

2022년 M&A 종합연구소 상장

2023년 시가총액 약 1조81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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