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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상사 화물선 '픽시스 오션'은 영국 BAR 테크놀로지와 노르웨이 야라마린이 제작한 강철 돛 2개를 장착한 '친환경 범선'이다. 이 배는 최근 세계 최대 곡물 무역업체 카길이 대여해 지난 8월 운항을 시작했다. /야라마린

지난달 15일 길이 229m짜리 화물선 ‘픽시스 오션호’가 브라질 남부 파나라과항에 입항했다. 일본 미쓰비시상사가 소유하고, 세계 최대 곡물 업체 카길이 임차해 사용하는 이 선박은 생김새가 특별하다. 건물 10층 높이(37.5m)의 대형 돛 2개가 갑판 위로 우뚝 솟아 있다. 풍력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스크루를 돌리는 엔진 추진을 돕는 방식이다. ‘바다 위의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다.

‘윈드윙스’라고 불리는 픽시스 오션호의 돛은 강철과 유리섬유를 섞은 소재로 만들어졌다. 갑판 위에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중국 양산항에서 출항한 이 선박은 인도양과 대서양을 건너는 45일 사이 풍력의 도움으로 연료 135t, 이산화탄소 배출량 450t을 줄일 수 있었다.

19세기에 증기선이 등장한 이후 자취를 감춘 범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육상에서 전기차가 저변을 넓히듯 바다에서도 친환경 항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돛을 보조 동력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범선’이지만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얻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2.7%가 국제 물동량의 90%를 처리하는 선박에서 뿜어져 나온다. 지난 7월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아마존·유니레버·미쉐린·이케아 같은 물류업계의 주요 고객사도 “앞으로 친환경 선박 업체와 계약하겠다”고 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하이브리드 범선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픽시스 오션호의 윈드윙스 제작에 참여한 노르웨이의 야라마린은 윈드윙스를 개당 255만달러(약 35억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야라마린은 “(윈드윙스가 비싸다고 해도) 연료를 최대 30%까지 아낄 수 있어 7~10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했다. 스웨덴 선박 업체 오션버드는 내년 첫 항해를 목표로 220m 길이 자동차 운반선에 높이 40m, 무게 150t짜리 돛 6개를 장착하고 있다. 돛 하나당 연료 소비량을 7~10%씩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 돛 생산업체 에어시즈는 낙하산처럼 생긴 초대형 연 ‘시윙’을 선보였다. 거대한 연을 선박에 매달아 공중에 띄우는 방식으로, 방향을 제어하고, 날씨를 추적하며, 최적 경로를 제안하는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에어시즈

일각에서는 윈드윙스가 돛이라기보다는 배 위에 얹는 비행기 날개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범선의 돛과는 소재와 모양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의미의 돛은 다양한 형태로 연구하고 있다. 원기둥 형태의 돛이 회전하면서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 개발됐다. 선박에 매단 거대한 연을 공중에 띄우는 방식도 있는데, 연 내부에는 날씨를 추적하며 최적 항로를 제안하는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독일 '에너콘'의 로터 세일(rotor sail) 선박에는 원통형 돛이 달려있다. 원기둥이 회전하며 풍력 에너지를 얻는 구조다. /에너콘

물론 ‘해상 하이브리드’에 회의적인 반응도 여전하다. 돛을 달더라도 대형 화물선의 추진에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환경·에너지 전문가인 트리스탄 스미스 영국 UCL 교수는 “바람이 덜 부는 항로에서 돛은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다”며 “바람이 항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부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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