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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가 제작한 A321neo 여객기에는 보통 180석가량의 좌석이 설치된다. 빡빡하게 배치하면 240여 석까지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여객기를 띄우고 있는 프랑스 항공사 라콤파니(La Compagnie)는 불과 76석만 두고 있다. 전 좌석을 비즈니스 클래스로만 운항하기 때문이다. 실내에는 중간 통로의 양쪽으로 2개씩 한 열당 4개의 좌석만 배치돼 있다. 좌석을 완전히 수평으로 눕히면 192cm 길이다.
이렇게 100% 비즈니스 클래스로만 운항하는 이색 항공사인 라콤파니가 올해로 창사 10년째를 맞았다. 현재 전 좌석 비즈니스 클래스로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항공사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유로의 수익을 내며 적자에서 탈출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라콤파니가 10년간 생존한 비결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전 좌석 비즈니스 사업’은 전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에오스, 맥스젯, 실버젯 같은 소형 항공사에서 비즈니스 전용기를 띄웠지만 수익성 악화로 줄줄이 문을 닫았다. 싱가포르항공, 루프트한자, 브리티시 에어웨이즈 같은 대형 항공사도 한때 전 좌석 비즈니스 클래스 노선을 운항했다가 중단했다.
이처럼 성공 사례가 없는 ‘전 좌석 비즈니스석’ 사업에서 살아남은 라콤파니는 ‘비즈니스 클래스계의 저비용 항공사’를 지향한다. 다른 항공사 비즈니스석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훨씬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스스로 ‘스마트 비즈니스 클래스’를 운영한다고 말한다. 뉴욕에서 파리를 갈 때 비즈니스 항공편은 보통 3400~3800달러 선이다. 하지만 라콤파니는 50~60% 선인 1731~2606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라콤파니가 도입한 에어버스 A321neo는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 소비량이 30% 적다. 연료비를 아끼는 게 티켓 값을 낮게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다.
라콤파니의 취항지는 프랑스 파리와 니스,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4곳이 전부다. 가격을 우선시하는 레저 여행객으로 고객군을 좁혀 탑승률을 높게 유지하는 전략이 통하고 있다. A321neo 두 대를 운항하는 라콤파니는 올해 두 대를 추가로 도입하고 향후 2년 이내에 새로운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라콤파니는 개성 있는 서비스를 내세운 ‘부티크 항공사’로도 자리 잡고 있다. 한 여행 작가는 라콤파니를 타 본 경험을 “개인 제트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승객이 적고 다시 타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승무원이 단골을 알아보고 챙겨주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포브스는 “라콤파니는 승객이 적어 타고 내리는 시간이 짧아 충성 고객을 묶는 효과를 낸다”고 했다.
그러나 라콤파니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워낙 작은 회사라 틈새 시장에만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미국 초저가 항공사 스피릿의 전 최고경영자(CEO) 벤 발단자는 “전 좌석 비즈니스 사업은 불경기 때 (수요가 낮아져) 타격을 더 많이 받는다”고 했다. 다른 항공사는 비즈니스석을 다 채우지 못하면 이코노미석의 우수 고객의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줘서 충성도를 높이지만, 라콤파니는 이런 유연한 ‘좌석 배정 마케팅’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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