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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한 부부가 사는 집. 채 10평이 되지 않는다. 거실에 있는 식탁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벽에 걸면 멋진 그림이 된다. /유튜브 '네버 투 스몰' 캡처

구독자가 246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네버 투 스몰(Never too small)’은 조그마한 집의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요령을 보여준다. 최근 이 채널은 침실 2개가 딸린 아파트에 살다가 뉴욕 맨해튼의 33㎡(9.9평)짜리 집으로 이사한 젊은 부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거실 이외에 방은 침실 하나뿐인 집이다. 별도의 다이닝룸은 언감생심. 이 집을 리모델링한 디자이너 레이철 로빈슨은 궁리 끝에 ‘액자형 식탁’을 놓았다. 거실 한편에 식탁을 설치했는데, 사용하지 않을 때 접어서 벽에 걸면 액자처럼 연출할 수 있다. 레이철은 “의뢰인 부부가 요리와 모임을 좋아하지만 집 규모를 줄여야 했기에 한 공간에 여러 기능을 넣었다”고 했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은 오랫동안 집도 커다랗게 지었다. 하지만 요즘은 집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소형 주택이나 작은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집이 좁아지면 희생시켜야 하는 공간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별도의 다이닝룸을 설계하지 않거나, 욕실이나 욕조 숫자를 줄이는 게 요즘 유행이다. 작아진 집은 가구 시장에도 변화를 부른다.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 지역에 70만달러에 올라온 주택 매물. 거실과 다이닝룸, 주방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리버블

◇5년 만에 주택 넓이 10% 줄어든 미국

미국 집의 넓이는 두드러지게 작아지고 있다. 주택 중개 플랫폼 리버블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착공한 신축 주택 평균 면적은 224㎡(약 68평). 5년 전인 2018년보다 10%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신축 주택의 넓이가 많이 줄어든 곳은 워싱턴주 시애틀(-18%),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이상 각 -14%) 등이다. 미국 평균치보다 집이 더 많이 좁아진 지역들인데, 근년에 인구 유입이 늘어 부동산 시장이 달아올랐던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집값도 오르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자재값도 뛰다 보니 건설업체와 주택 수요자 모두 예전 같은 큰 집을 원하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 사이트 질로우에 따르면, 전년과 비교해 2022년 미국 전역에서 침실 3개 미만의 주택 착공은 9.5% 증가했지만, 침실 3개 이상인 집의 착공은 13.1% 감소했다. 물가 상승이 본격화한 지난해 새집 짓기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침실이 둘 이하인 작은 집을 짓는 건 오히려 늘어났다는 뜻이다.

별도 다이닝룸 없이 주방 안에 식탁을 들인 주택. /영하우스러브

앤디애나폴리스의 주택 전문 건설사인 에스트리지 홈스는 다이닝룸을 없애는 식으로 집 면적을 28~46㎡ 줄이는 대신 가격을 5만~7만5000달러 낮춘 집을 짓고 있다. 이 업체 최고경영자 클린트 미첼은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사는 사람이나 자녀가 독립한 부부가 작은 집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내 집 마련은 다이닝룸을 포기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꿈일 수 있다”며 “높은 대출 금리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진 미국인들이 더 작은 주택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간 가성비’ 따지는 미국인들

예전처럼 넓은 집에서 살기 어려워지면서 미국인들도 이제는 ‘공간상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했다. 밥 먹을 때 외에는 버리는 공간인 다이닝룸을 재택근무 사무실로 개조하거나, 욕실 숫자를 줄이는 식으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또는 아예 욕조를 없애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잭앤질 욕실 모습. 욕실을 중심으로 양옆에 출입구가 있다. /리얼터

로스앤젤레스의 주거용 건축 회사 이지플랜스의 수석 건축가 마이클 송은 “(리모델링) 의뢰인 대부분이 다이닝룸과 주방, 거실 사이 벽을 없애 (별도의 다이닝룸이 없는) 넓은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미국 뉴욕 알렉산드라 디자인 스튜디오의 디자이너 니콜 아루다는 워싱턴포스트에 “바닥 공간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집이 좁으면 거실 커피 테이블에서 앉아서 식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두 침실 사이 욕실을 두고 각기 다른 출입구로 욕실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든 ‘잭앤질 욕실’을 원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집이 좁아지면서 예전처럼 침실별로 욕실을 따로 두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잭앤질 욕실을 쓸 때는 반대편 출입구도 함께 잠그면 된다. 주거 전문 매체 하우스다이제스트는 “잭앤질 욕실은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집에 욕실이 더 많았으면 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기 자녀들을 둔 가구에서 선호한다”고 했다.

밥 먹을 때만 내려서 쓸 수 있는 '머피 테이블'. /아파트먼트테라피

◇가구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

작아진 집에 맞춰 가구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이닝룸이 사라지자 대안으로 식사 시간 외에는 벽에 걸어 숨길 수 있는 ‘머피 테이블’을 거실에 두는 식이다. 시카고에 있는 투핸즈 인테리어의 마케팅 총괄 킴 테일러는 “가끔 손님이 올 때만 쓸 쑤 있는 확장형 식탁을 요즘 많이들 쓴다”고 했다.

미국 소매점 타겟은 온라인 쇼핑몰에 ‘공간 절약형 가구’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평상시 2인용으로 쓰다가 손님이 오면 6인용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식탁, 안 쓸 때는 위로 쌓아 올려 보관할 수 있는 스태킹 의자, 밑에 서랍이 딸린 수납형 침대 등이 주력 상품이다. 모서리에 놓을 수 있는 코너형 책상은 팬데믹 기간에 재택근무 공간을 만들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미국 가구 회사 밥스디스카운트퍼니처는 “와인 수납 공간이 달려 있어 효율을 높인 아일랜드 식탁, 침대형 소파처럼 좁은 집에서 활용하기 좋은 가구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재택근무 기간에 인기를 끌었던 코너형 책상. 모서리 공간을 활용해 홈 오피스를 꾸밀 수 있다.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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