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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1년 전 이맘때 인도인들은 환호했다. 작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영국을 뛰어넘어 경제 규모 세계 5위로 올라섰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50여 년간 통치했던 영국을 제쳤다는 건 통계상 순위 변화를 넘어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반겼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추후 국가별 GDP를 최종 집계한 결과로는 2021년에 이미 인도가 영국을 추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가 3조1503억달러로 영국(3조1232억달러)을 뛰어넘은 것이다. 영국에서 독립한 지 74년 만이었다. 1980년만 하더라도 영국 GDP는 6049억달러로 인도(1894억달러)의 3배가 넘었지만 약 40년 만에 뒤집혔다. 그만큼 인도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인구로 중국을 누르고 세계 최대 국가로 올라섰다. 앞으로 인도가 어떤 속도로,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인도의 미래에 대해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사회까지 망라한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전망을 듣기 위해 WEEKLY BIZ는 인도 출신인 안타라 할다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화상으로 만났다. 2014년 28세에 케임브리지대 법학부 최초의 비유럽인 교수가 된 할다르 교수는 학문의 영역에서는 경제학·법학·철학을 아우르고, 지역의 범위로도 유럽과 인도를 포함해 폭넓은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할다르 교수는 “2027년이면 독일과 일본을 누르고 인도가 GDP 세계 3위 국가가 될 것”이라며 “성장 속도를 계속 빠르게 유지할 경우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수도 있는 가시권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고등교육 경쟁력을 꾸준히 높여 IT와 우주개발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실력을 끌어올렸다”며 “지방에 권력을 분산하고 다양한 언어와 종교를 공존시키며 민주주의적 정치 시스템을 지켜온 것도 중국에 비해 인도가 갖는 강점”이라고 했다. 할다르 교수는 그러나 인도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허약한 사회보장제도, 사법 시스템의 취약성, 카스트 제도의 잔재처럼 해결해야 할 약점도 많다”고 했다.

할다르 교수는 젊은 인도계 학자로 요즘 국제 무대에서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인도의 명문 세인트스티븐스대 경제학과를 나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법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에는 노벨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와 함께 인도에서 소액 금융 제도가 실패한 원인에 대해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더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LA타임스 등 영미권 유력 매체에 칼럼을 기고했고, 2019년부터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의 기고자로 활동하고 있다.

◇“21세기, 중국이 아닌 인도의 세기 될 수도”

인도 경제는 2009년만 해도 GDP 기준 세계 10위권 밖이었다. 그러다 2010년 9위로 뛰어오르며 ‘글로벌 톱10′에 진입했고, 이후 11년 만인 2021년에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경제 ‘빅 5′에 속하게 됐다. IMF는 2024~2028년 인도 경제가 매년 6% 이상 성장하는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3~4%대 성장률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 경제는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까.

“지금 추세로는 2027년이면 일본과 독일을 누르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 순위도 현재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4위에서 일본을 제치고 3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되고요. 10년 뒤쯤이면 인도가 중국의 뒤를 바짝 쫓을 것이라고 봐요. 중국이나 한국의 고도성장기처럼 인도가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수 있다면요. 원래 21세기가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전망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요? 인도는 지금 순풍을 탔고, 중국은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IMF도 인도가 2027년 경제 규모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6년 인도가 GDP 4조7700억달러로 일본(4조9200억달러), 독일(4조8200억달러)의 턱밑까지 쫓아간 뒤, 2027년에 일본·독일을 한꺼번에 넘어서며 GDP 5조달러 시대를 열 것이라는 게 IMF 전망이다. 다만 1인당 GDP로는 인도가 올해 2600달러 수준으로 세계 141위에 그친다. 니카라과나 코트디부아르 수준이다.

-어떤 산업이 인도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 될까.

“서비스업이죠. 포스트 팬데믹 시대 인도는 ‘세계의 백오피스’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기업의 운영 업무를 전문 기업에 위탁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이 이뤄지는 것이 인도에는 기회가 되죠. IT나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더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두드러진 기후위기로 인도가 친환경 발전·운송 수단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겁니다. 인도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신규 제조 업체에 15%의 낮은 세율을 적용했는데요. 새로운 기업 육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픽=김의균

◇중국보다 ‘10세 더 젊은 나라’

유엔 집계로 올해 인도 인구는 14억2863만명으로 중국(14억2568만명)보다 많아졌다. 중국 인구는 이미 2021년 정점을 찍었지만, 인도 인구는 2063년까지 꾸준히 늘어 17억명 가까운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유엔은 전망한다. 게다가 인도는 MZ세대 비율이 높은 ‘젊은 나라’다. 인도의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7.1%로 중국(14.3%)의 절반 수준이다.

-인구로 1위가 된 것이 인도에 어떤 의미가 있나.

“인구는 인도가 가진 커다란 자산이죠.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이 늘어나면서 경제성장률도 높아지는 현상인) 인구 배당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인도의 중위 연령은 28.2세입니다. 39세인 중국에 비해 10세쯤 ‘어린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죠. 인도의 생산 가능 인구(15~64세) 비율은 올해 68%에서 10년 뒤 68.9%까지 소폭이지만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부분 나라에서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이 감소하는 것과 반대입니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30~2060년 G20 가운데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만 인구 배당 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본다. 할다르 교수는 “인도가 빠른 성장을 위해 과거 중국의 ‘한 자녀 정책’처럼 인위적으로 인구 증가를 막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이 최고의 피임 도구”라며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가 발전하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고등교육과 기술교육에 집중한다”

지난 8월 인도는 인류 최초로 달의 남극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나라가 됐다. 달 착륙 성공도 미국, 옛 소련, 중국에 이어 네 번째였다. IT는 인도인 전문가들이 숱하게 쏟아지는 분야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모두 인도 출신이듯 글로벌 테크 기업에 인도인들이 넘쳐난다.

-IT나 우주 분야에서 인도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독립 이후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 총리는 고등교육과 기술교육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학, 과학, 공학 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네루 총리가 설립한 인도공과대학(IIT)이 있죠. IIT 입학 경쟁률은 매우 높지만 입학 이후에는 돈을 거의 내지 않고 수준 높은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인도 엘리트 계층이 영어를 잘한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영어가 세상의 중심 언어가 되면서 ‘식민 지배의 복권’ 같은 걸 얻었습니다. 게다가 인도에도 동아시아처럼 자녀의 학업 성취에 열성적인 ‘타이거 맘’이 있지요.”

-소수 엘리트에 대한 고등교육에만 너무 집중하는 것 아닌가.

“초등·중등교육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공평한 측면도 당연히 있습니다.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자가 아니라면 ‘경쟁의 사다리’에서 떨어져 뒤처질 가능성이 크죠.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안일을 돕는 아이도 많습니다. 학교에 다니더라도 읽기·쓰기나 사칙연산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도 있고요. 인도의 문자 해독률은 74% 정도인데요. 인도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낮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중등교육이 취약하기 때문에 인도는 숙련공을 양성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생산성이 낮다.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도 제조업 근로자 1인당 실질 부가가치 창출액은 8076달러로 말레이시아(3만4402달러)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인도가 ‘세계의 공장’ 역할을 중국에서 넘겨받는 속도가 더딘 이유다.

그래픽=김하경

◇“권력 분산으로 중국보다 민주적”

인도는 각 주에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연방국가다. 인도 헌법이 인정하는 언어만 22개가 있다. 힌두교 인구가 80%에 가깝긴 해도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불교 신자도 어울려 살아간다. 할다르 교수는 “다양성과 분권주의가 인도가 권력의 집중을 피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동력”이라고 했다.

-큰 나라라서 중국처럼 강력한 중앙정부가 경제성장에 도움 된다는 의견도 있다.

“개발경제학에서 논쟁거리 중 하나죠. 1970년대 말 중국이 개혁·개방을 한 이후 ‘규모가 큰 나라에는 권위주의 정권, 강력한 지도자가 있어야 빠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이 빠르게 경제성장을 한 이유 중 하나라는 건 인정합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인도와 같은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모델이 성장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적·정치적으로 더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방정부에 권력을 넘겨주는 걸 꺼립니다. 그러나 중국·인도처럼 큰 나라에서는 연방제로 통합을 이끌어내는 게 장기적으로 다양성을 유지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인도는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게 현명한가.

“인도는 복잡한 외교적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실제 군사적 충돌이 생긴다면 인도가 누구 편을 들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중국과는 국경 분쟁 문제가 있지만, 최근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양국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어요. 인도와 중국은 동양의 문화와 전통, 규모와 잠재력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가 서로 싸우게 되면 그건 사실 서방의 이익에 부합되는 결과를 낳게 되죠. 그걸 양국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픽=김하경

◇“안정적 사법 시스템 부재 극복해야”

할다르 교수는 인도의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인도의 영아 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24.5명으로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높다. 평균 수명이 72세로 선진국은 물론이고 베트남(74.7세)보다도 짧다. GDP 대비 사회보장제도 관련 재정 지출 비율은 1.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보건 이외의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받는 인구의 비율도 24.4%로 세계 평균치(46.9%)에 크게 못 미친다.

-사회보장 시스템이 어느 정도로 허약한가.

“임산부 혜택을 (법률이나 규정상으로) 정당하게 누리는 여성 근로자 비율이 1%나 될까요? 임산부 보호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회보험과 복지제도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론상, 제도상으로는 존재하지만 현실에는 없는 식입니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 제도가 너무 복잡해서 기업들이 이를 준수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근로자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불평등의 정도가 커지는 것은 인도를 위기에 빠지게 할 ‘미끄러운 비탈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악명 높은 카스트 제도는 개선 가능한가.

“여전히 커다란 문제입니다. 사람을 계급으로 나눠 차별하는 관습이 여전히 남아 있어요. 하지만 극복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경제 발전을 통한 계몽이 해결책입니다. 인도는 사법 시스템도 빨리 정비해야 합니다. 상당 부분이 식민지 시절 존재하던 것을 이어받았는데요. 현재 인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사법 시스템이 시대에 뒤떨어지다 보니 인도인들이 법과 질서를 잘 준수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할다르 교수는 “(남반구와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개발도상국을 말하는) 글로벌 사우스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코로나 사태 같은) 위기 이후 더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토끼(서방국가)가 지난 200년간 더 빨리 뛰었지만 앞으로는 아시아라는 거북이가 승리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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